멜로퀸이 빚은 ‘절대눈물’… 가슴이 먹먹하다… 영화 ‘밀양’

  • 입력 2007년 5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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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에서 중량감을 자랑하는 남자배우와 연기파 여배우가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 영화. ‘밀양’의 재미 중 하나는 송강호와 전도연의 연기 대결이다.

그러나 1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밀양’에서 기대했던 두 배우의 맞대결은 없었다. 그 대신 관객은 한국영화 최강의 2인 1조와 한 판 태그매치를 각오해야 한다. 묵직한 스트레이트로 관객의 눈두덩을 강타하는 전도연표 멜로와 철저한 아웃복싱으로 옆구리를 파고드는 송강호표 코믹의 절묘한 합을.

상영시간이 2시간 22분에 이르는 ‘밀양’은 전반부 1시간 동안 ‘호로비츠를 위하여’와 ‘그놈 목소리’를 합쳐 놓은 듯한 스토리로 관객을 적당한 웃음과 긴장으로 몰고 간다.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아들을 데리고 그의 고향 밀양으로 내려와 피아노학원을 차린 신애(전도연). 신애가 대놓고 ‘속물’이라고 불러도 애틋한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도는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 ‘불행한 여자’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운 신애는 유괴로 아들까지 잃으면서 그 꼬리표조차 사치스럽게 느끼는 존재가 된다. 종찬은 그런 그녀를 구원할 수 있을까.

천만에. 신애를 구원하는 것은 ‘주님’이다. 전반부에 코믹하게 다가섰던 “주님 안에서 평화를 찾으세요”라는 전도의 말이 신애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된다. 눈에 보이는 것도 믿지 않던 신애는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기도회’에서 영혼 저 밑바닥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울음을 토해내며 ‘새 생명’을 얻는다.

안도의 숨을 쉬려는 순간 영화는 반전한다.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유괴범을 면회하러 간 신애는 이미 주님을 접해 죄의 사함을 받았다는 그의 편안한 미소를 접하고 하늘 위의 그분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

이창동 감독은 독하다. 그는 처절한 고통을 응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우리가 그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에까지 현미경을 들이댄다. 신애 아니 전도연은 그런 렌즈 앞에서 철저히 발가벗겨진다. 노출 연기가 거의 없음에도 그녀의 적나라한 연기를 본 듯하다.

전도연은 시사회 직후 “영화를 보는 내내 신애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종찬 덕분에 희망이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종찬은 신애의 안식처가 아니다. 종찬은 관객이 영화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브레히트적’ 장치다. 그런 의미에서 송강호야말로 진짜 광대다.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 작품상 후보로 초대받은 ‘밀양’에 상이 돌아간다면 송강호의 말처럼 ‘전무후무한 연기를 펼친’ 전도연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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