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 박근혜 내일 회동… 당 내분 수습될까

  • 입력 2007년 5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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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체제 유지”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이 2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해 강재섭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승 기자
“강재섭 체제 유지”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이 2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해 강재섭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승 기자
4·25 재·보궐선거 참패로 촉발된 한나라당 내홍이 2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강재섭 대표 체제 지지와 이재오 최고위원의 당직 유지 결정으로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4일 오후 당사에서 강 대표와 3자 회동을 하고 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과 정권 교체를 위한 당의 화합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도부 총사퇴 공방과 대선주자 간 갈등으로 ‘당 해체론’까지 나온 한나라당은 일단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당내에는 여전히 우려의 시각이 많다. 진정한 화합은 대선주자 ‘빅2’가 검증 공방으로 깊게 파인 감정의 골을 메우는 게 관건이지만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어 화합과 개혁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봉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왜 봉합을 택했나=이 전 시장은 2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개혁과 화합을 조화하는 어려운 길을 택하기로 했다”며 “박 전 대표를 만나 대화함으로써 당의 화합과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심과 민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이다.

이런 ‘봉합’ 카드를 선택한 것은 이 전 시장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재·보선 참패 이후 강 대표 사퇴 여론이 거세지고, 공동 지원유세를 거부한 박 전 대표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자 이 전 시장 측은 칼자루를 쥐고 강 대표와 박 전 대표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의 당내 대리인 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전 시장 측이 당 쇄신을 요구하면 할수록 당의 혼란을 부추기는 모습이 되자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을 ‘당 분열의 책임자’로 몰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이 전 시장은 당초의 ‘개혁’ 중심 해법에 ‘화합’을 넣었다. 그 때문에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에게 회동을 전격 제의한 것은 국면 전환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시장과 이 최고위원의 1일 회동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사퇴 만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추가 쇄신안에 대한 의견 조율에 썼다고 한다.

이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이 최고위원은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를 주장했지만 이 전 시장이 ‘너무 과하다’며 난색을 표명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갈등 시작되나=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당내에서는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4일 만나더라도 두 사람이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는 게 양 진영의 내심이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경선 룰에 대해 “새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당심과 민심의 반영 비율이 실질적으로 5 대 5가 돼야 한다”고 선수를 쳤다.

박 전 대표 측은 ‘논의 불가’라고 선을 그었다. 경선 룰을 둘러싼 기존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이 전 시장 측이 요구하고 있는 ‘상호비방 원천 금지’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 측은 “검증은 해야 한다”고 맞섰다.

사퇴를 결심했다가 최고위원 잔류로 선회한 이 최고위원과 강 대표 간 힘 겨루기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전 시장을 돕는 사람으로서 이 전 시장의 뜻을 따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측근을 통해 “당무에 복귀해 내 의견을 개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이 전 시장 측 주장을 관철하는 동시에 당권 장악을 위한 포석 차원에서 강 대표를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 사퇴를 주장해 온 당내 인사들 처리문제도 불씨다.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해 온 홍준표 의원은 “안이 썩고 있는데 밖에 연고만 칠하면 뭐 하느냐. 수습된 게 아니라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며 “대선주자 빅2가 경선을 노리고 현 체제 유지에 합의한 것은 국민의 기대를 배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내 서열 2위인 김형오 원내대표는 “쇄신안이 힘을 받으려면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전국위원회를 즉각 소집해 쇄신안에 대해 당원의 뜻을 묻고 불신임 시 현 지도부는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전여옥 “봉합 아닌 야합”▼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전여옥 의원은 2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두 대선주자는 ‘화합’을 이야기했으나 이것은 봉합도 아니고 화합도 아닌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전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재·보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목소리는 한나라당의 오만의 벽에서 메아리 없이 실종됐고 오로지 두 사람의 목소리만이 메아리가 되어 나왔다. 그래서 야합이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엄중한 심판에 처절한 반성으로 답하며 대수술을 했어야 했다”며 “두 대선주자가 ‘지금 이대로…’하면서 ‘OK’하면 국민이 ‘NO’해도 상관없고 끼리끼리 지분을 챙기면서 짬짜미를 하며 봉합과 화합을 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우리(한나라당)는 두려워하고 우리 자신을 버려야 할 시점이다. 당의 정권 교체가 상상 속의 파랑새처럼 눈앞에서 잡힐 듯하다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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