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들이 말하는 英여왕의 ‘거부할수 없는 매력’

  • 입력 2007년 5월 2일 2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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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당시 25세였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취임했을 때 윈스턴 처칠 총리는 '내가 잘 모르는 어린애'라고 말했다. 하지만 1년 뒤 처칠은 여왕을 말할 때마다 눈물이 글썽해질 정도로 좋아하게 됐고, 퇴임할 때는 미치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뉴스위크 최신호가 영국 왕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소개한 한 단면이다. 이 잡지는 3일부터 시작되는 여왕의 방미 일정을 앞두고 그의 진면목을 재조명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골동품 같은 왕실의 상징적인 존재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훨씬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이 뉴스위크의 평가.

여왕은 반세기 이상의 재임기간 동안 10명의 총리와 6명의 대주교들에게 상담역과 고문 역할을 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취임 당시 여왕과의 대화 자리를 '전통 관례' 정도로만 생각했으나 점차 '지혜를 구하는 소중한 기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만날 시간이 없으면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여왕에게서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은 뒤 부패와 폭력문제, 누구도 믿지 못하는 외로운 신세 등에 대해 격정적으로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후일 "누군가에게 그렇게 솔직해본 적은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례적으로 사이가 불편했던 인물은 마가렛 대처 전 총리. 전문가들은 "서로가 그렇게 높은 지위에 오른 여성을 여성으로 상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한다.

여왕은 이런 뒷이야기를 꼼꼼히 일기에 기록해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기는 사후 왕실문서보관소에 넘겨져 30년이 지난 뒤에야 왕실 역사가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된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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