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의회 전비법안 거부권 행사

  • 입력 2007년 5월 2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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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 일정을 놓고 몇 달 동안 고조돼온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주도 의회의 갈등은 1일 전비(戰費)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제1막을 내렸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내 반군의 싹을 뽑기 전에는' 철수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민주당은 "실패한 채 질질 끄는 전쟁으로 발생할 모든 비극의 책임은 100% 부시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못 박았다"고 자평했다.

▽"어중간한 철군은 하지 않는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전 승리선언 4주년을 맞아 플로리다주 템파의 미 중부군 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라크전쟁의 '의미'를 역설한 뒤 백악관으로 돌아오자마자 거부권 통지서에 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5년 8월 이라크에서 숨진 한 해병대원의 아버지가 선물한 만년필을 사용했다.

이 법안은 10월1일부터 미군 철수를 시작해 6개월 안에 철군을 완료한다는 조건으로 1240억달러의 전쟁비용을 추가 승인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해 6월 줄기세포 연구지원 확대법안에 이어 두 번째다.

▽제 2막은 '일단 타협'=의회로 반송된 이 법안은 10일내에 재의결 과정을 거치는데 양원에서 참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거부권 행사가 무효화된다.

그러나 지난 주 의결과정에서 상원 찬성 51표 대 반대 46표, 하원 찬성 218표 대 반대 208표의 적은 표차로 가결된 이 법안이 3분의 2 이상의 찬성(상원 67표, 하원 290표)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전비법안은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행사가 뻔히 예상됐음에도 민주당이 법안통과를 강행한 것은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각자의 소신을 100% 표명한 백악관과 의회는 정면 대결 국면에서 한발 물러나 대체법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 법안 마련이 늦어질 경우 전장에 있는 미군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2일 백악관으로 양당 의회지도자를 초청해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 강성 발언 경쟁=부시 대통령이 거부권 통지서에 서명한 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수치스런 일화의 하나"라며 "수많은 미국인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때에 정치적 술수를 부리는 대통령은 일찌기 없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부시 대통령의 종전 선언 기념일은 사망한 미군들을 위한 애도일"이라고 꼬집으며 미군 철수를 촉구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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