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도 활력 경쟁력 가능하다

  • 입력 2007년 5월 2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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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울음소리는 잦아들고 사회는 갈수록 늙어만 간다. 일할 젊은이는 줄고 부양해야 할 고령층은 늘어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발상을 바꾸어 생각하고 대비하면 고령화 사회가 나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이스 5·6월호에서 활력있는 고령화 사회 전망에 대해 분석했다.

▽"건강한 '50세+'가 경쟁력"=비관적 전망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젊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늙은' 유럽은 희망이 없다. 2005년 유럽연합(EU) 15개국의 평균연령은 40세로 미국보다 4세 높다. 더욱이 2030년에는 EU 47세, 미국 39세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하지만 "유럽에는 '건강한 노장년층'이 많기 때문에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분석했다.

먼저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보다 3, 4년 길다. 20세 젊은이가 65세 전에 사망할 확률도 미국이 18%인데 비해 독일은 12%, 이탈리아는 10%로 상대적으로 낮다.

건강하게 오래 살 가능성이 높으면 재교육 등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결국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

현재 유럽의 50~74세 연령층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건강하고 교육수준이 높다. 유럽의 노동인구가 매년 0.2% 감소하지만 55~74세 연령층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50대 이상 인구가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2030년에는 노동인구가 현재보다 오히려 26%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에버스타트 연구원의 예측이다.

이처럼 유럽은 생물학적인 평균 연령은 높지만 활력있는 고령층도 늘고 생산성도 높아 '고령화 사회= 경쟁력 부족'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고령 근로자에 대한 인식 바꿔야 = 고령 근로자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교육, 의료 등 전반적인 정책과 사회적 인식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주장했다.

우선 "노인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병약해 사회적 짐이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이가 든다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생산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상황판단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

숙련된 고령근로자들을 현장으로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고령근로자들이 쉽게 재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령자의 건강상태와 선호에 맞게 고용형태를 다양화하고 세금 및 연금체계도 수정하는 등 이들이 은퇴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평생교육'의 내용도 지금처럼 교양이나 여가의 차원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능력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실질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체계화해야 한다. 노인의료정책도 단순히 병약한 노인을 치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건강=부' 라는 생각으로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고령근로자 활용에 대한 고용주들의 인식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아웃소싱 전문업체 맨파워가 최근 25개국 2만8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0세 이상 근로자를 채용할 전략을 세운 기업은 14%에 불과했다. 50세 이상 기존 직원을 계속 고용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한 기업도 21%에 그쳤다.

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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