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부패·비리에서 자유로워야 정권교체 명분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일 오전 견지동 안국포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재섭 대표가 발표한 당 쇄신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일 4·25 재·보궐선거 참패로 야기된 지도부 총사퇴 논란 등 당 내분 사태와 관련해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따르더라도 오직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자기 쇄신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재·보선 패배는 누구를 탓하기 전에 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같이 촉구한 뒤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고 당을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이 부패와 비리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집권세력보다 유능해야 정권교체의 명분이 있다”며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민심의 명령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역설했다.

이 전 시장은 이재오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최고위원을 여러 차례 만나 당의 개혁과 화합에 함께 힘써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부당한 비방이 있더라도 선한 마음으로 대하자고 했고, 앞으로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 최고위원이 사퇴하지 않고 지도부에 남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당의 분열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듣고 있는데, 이는 정권 교체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라며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과분한 사랑과 기대를 받들어 한편으론 스스로를 엄격히 다스리고 다른 한편으론 외연을 넓혀 신선한 기운을 채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며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변화와 개혁, 그리고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내분 상황은 재·보선 이후 7일 만에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분란의 불씨가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이 전 시장 측이 경선 룰과 관련해 민심의 반영 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고,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경선 룰 재조정은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강재섭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전여옥·강창희 전 최고위원과 홍준표·남경필 의원 등 당내 일부 중진 및 소장파 의원들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다음은 이 전 시장 기자회견문 전문

저는 오늘 오직 두려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패배했습니다. 선거에도 졌지만 그보다 스스로에게 졌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뜻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국민과 당원들께 본의 아니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고 당을 철저히 개혁해야 합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호소하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마땅히 그리해야 합니다.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따르더라도 오직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자기 쇄신을 계속해야 합니다.

당이 부패와 비리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집권세력보다 유능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권교체의 명분이 있습니다. 개혁은 선택이 아닙니다. 민심의 명령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당의 분열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듣고 있습니다. 정권교체에 대한 간절한 염원입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과분한 사랑과 기대를 받들어야 합니다.

한편으로 스스로를 엄격히 다스리고, 다른 한 편으로 외연을 넓혀 신선한 기운을 채워가야 합니다. 그동안 나라와 당을 걱정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심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 개혁과 화합을 조화하는 어려운 길을 택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 자리에 연연치 않고 당의 개혁을 주장하며 떠난 분들의 충정이 가슴을 메웁니다. 그 분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국민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저는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변화와 개혁, 그리고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습니다.

이재오 최고위원을 여러 차례 만나, 당의 개혁과 화합에 함께 힘써 주기를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부당한 비방이 있더라도 선한 마음으로 대하자고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오직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당원 동지들의 충정을 모아 승리하는 길로 함께 달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