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광주-전북, 국제대회 유치 ‘묻지마’ 경쟁

  • 입력 2007년 5월 2일 0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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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유치 성공에 자극받은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경제적 효과나 대회 성격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무조건식 국제대회 유치’에 나설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제대회 유치를 놓고 국내 도시 간에 빚어지는 과열 경쟁은 외국 선수단에 대한 각종 혜택과 서비스 제공 경쟁으로 이어져 과잉 투자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함께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 살림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광주시와 전북도가 201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광주시는 1일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2013년 동아시아경기대회 유치 활동을 중단하고 하계유니버시아드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최지였던 전북도도 올해 초부터 201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를 전주시 등 전북 도내에 유치하기 위해 활동해 왔다.

광주시는 “6월로 예정된 동아시아대회 개최지로 광주가 결정되면 7월에 강원 평창군이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로 결정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대회 규모와 경제적 효과가 큰 유니버시아드 유치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201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지는 2008년 말 결정된다.

광주가 동아시아경기대회 유치를 포기한 것은 최근 중국 톈진(天津)이 유치전에 뛰어든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동아시아경기대회는 10개국 3600명의 선수단이 7일간 대회를 치르지만, 하계유니버시아드에는 175개국 1만1000명의 선수단이 열흘간 머무른다고 광주시는 밝혔다.

시 관계자는 “올해 전국체전 체육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면 재정 부담도 크지 않고 건설 중인 아파트를 선수촌으로 사용한 뒤 분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유치를 추진하는 국제대회의 경우 대부분 경제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재정 형편이 열악한 자치단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며 ‘일단 열고 보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북도는 하계유니버시아드 외에 2008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2010년 세계빙상선수권대회, 2015년 동계아시아경기대회, 2026년 하계아시아경기대회 등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유니버시아드대회는 국가 간 경쟁이 아닌 말 그대로 대학생들이 운동을 통해 만나서 즐기는 축제인데 국내 도시들 간에 과열 경쟁으로 변질됐다”며 “1997년 전북 동계유니버시아드나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를 보더라도 당초 예상했던 외국 관광객 유치나 국제적인 홍보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김 권 기자 goqud@donga.com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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