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GPS - CCTV 확보 못해… ‘빈손’ 압수수색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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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 압수하고… 차바퀴 살피고1일 경찰이 한화 김승연 회장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김 회장의 집사로 보이는 사람이 경찰의 요구로 집 안에 있던 등산화를 가지고 나오고 있다(왼쪽). 경찰이 김 회장 승용차 앞바퀴의 뒷부분에서 흙을 채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연합뉴스
등산화 압수하고… 차바퀴 살피고
1일 경찰이 한화 김승연 회장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김 회장의 집사로 보이는 사람이 경찰의 요구로 집 안에 있던 등산화를 가지고 나오고 있다(왼쪽). 경찰이 김 회장 승용차 앞바퀴의 뒷부분에서 흙을 채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연합뉴스
“한화 측에는 (압수수색이) 오후 3시라고 했지만 (미리 대비하지 못하게) 지금 가서 영장을 제시하려 합니다.”

1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압수수색하려고 나선 경찰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1층 로비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시에 덮치겠다며 1시간 일찍 출발한 경찰은 그러나 김 회장 자택 앞에서 이미 대기 중인 한화 직원 및 취재진과 맞닥뜨렸다. 한화 직원들은 압수수색에 앞서 취재진과 포토라인까지 협의한 상태였다. 한화 측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부른 변호사 3명은 집 안에 있었다.

‘보안’이 생명인 압수수색이 사실상 한화 측에 미리 공개된 상태에서 시작된 것.

이날 경찰은 사과상자 크기의 파란색 플라스틱 상자 3개를 싣고 떠났지만 압수품은 고작 상자 1개 분량이었다.

김 회장의 차량 트렁크 속에 있던 덧신과 나뭇가지, 집에 있던 운동화, 등산화, 검정 잠바 정도가 이날 수확의 전부였다.

당초 김 회장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압수 여부가 주목됐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폐쇄회로(CC)TV 등의 자료는 현장에서만 보고 압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틀 정도 보강수사를 편 뒤 2일경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던 경찰은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피해자 진술 외에 현재까지 김 회장 부자가 보복 폭행을 주도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과 없이 끝난 압수수색

1일 오후 1시 50분경 강대원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 등 수사팀 15명은 경찰 차량 4대에 나눠 타고 김 회장의 자택을 향해 출발했다.

오후 2시 15분경 김 회장 집에 도착한 강 과장은 이 집의 자택 관리인에게 영장을 보여 줬다. 관리인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주저 없이 수사팀을 들여보냈다.

경찰은 김 회장 자가용에 달린 GPS와 자택에 설치된 CCTV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건 당일 김 회장이 탄 차가 CCTV에 찍혔다면 이 또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확보하지 못했다.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날 수색에 김 회장 측은 당황하지 않고 시종 차분하게 대응했다.

○김 회장 아들도 혐의 부인

지난달 30일 오후 중국에서 돌아와 약 5시간에 걸쳐 밤샘 경찰 조사를 받은 김 회장의 둘째 아들 김모(22) 씨는 “피해자는 나다. 나와 아버지는 S클럽 종업원들을 때린 적이 없다”며 폭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김 씨는 피해자들과의 대질신문도 거부했다.

한편 미국 예일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 씨는 3월부터 서울대 동양사학과 방문학생으로 서울대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사건 직후 교수가 “왜 다쳤느냐”고 묻자 “상대편은 10명이고 우린 ‘쪽수’가 안 돼 맞았는데 나도 한 명만 때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측은 이번 사건으로 한화 법무실에 검찰 출신의 로펌 변호사들을 합류시켜 10여 명 규모의 변호인단을 꾸렸다. 그룹 내부에서는 부장검사 출신의 채정석(사법시험 23회·부사장급) 법무실장을 비롯해 법원 출신인 김태용(사시 29회) 상무, 검찰 출신인 정상식(사시 35회) 상무 등 10명이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외부에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오세헌(사시 24회) 변호사와 조준형(사시 29회)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두 사람 모두 검찰 출신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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