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산층 57% “기업이 옳은 일 하고 있다”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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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졌던 미국 기업들의 신뢰도가 되살아나고 있다.

엔론, 월드컴 등의 잇단 회계부정 사건 이후 차갑게 식었던 기업 신뢰도가 점차 회복되면서 이에 부응한 기업 및 최고경영자(CEO)들의 활동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미 경제지 포천은 1일자 최신호 커버스토리에서 ‘비즈니스가 돌아왔다(Business is back)’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움직임을 소개했다.

글로벌 홍보회사 에델만이 최근 기업신뢰도와 관련해 대졸 중산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7%가 ‘기업이 옳은 일을 한다’고 답했다. 엔론 사태가 발생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시들했던 경영대학원(MBA) 인기도 다시 높아졌다. 2002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세였던 MBA 지원자 수는 지난해 전년보다 70%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10월 열리는 ‘2007 월드 비즈니스 포럼’에는 연사로 초청된 잭 웰치 전 GE 회장과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제도준비이사회(FRB) 의장, 경영학자 톰 피터스의 강연을 듣기 위해 2500달러짜리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일찌감치 줄을 잇는다. 페덱스의 프레드 스미스 CEO, 듀폰의 채드 홀리데이 회장 같은 경영자들의 언론 노출 빈도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기업전략가 레슬리 게인스러스는 “과거 CEO들은 생쥐처럼 눈에 띄지 않게 다녔지만 이제는 호랑이처럼 위용을 부리며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각종 규제로 기업을 옥죄던 재무부가 지난해 CEO들을 모아놓고 사베인스-옥슬리법 같은 관련법 완화 방침을 시사하며 의견을 구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기업도 많아졌다. 1월에 10개 대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규제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며 대응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 환경오염 문제에 수세였던 화학, 에너지 기업들이 이런 이슈 제기에 동참한 것은 기업들의 자신감이 그만큼 회복된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은 무엇일까. 포천은 △완만한 회복세로 돌아선 미국 경제의 분위기 △호전된 기업 실적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든 실업률 △엄격해진 규제 속에 회계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꼽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기업들이 정부보다 먼저 구호물자 지원에 나선 것도 친기업 정서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해리 리 보안관은 “카트리나가 발생했을 때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월마트만큼만 빨리 움직였어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회복’을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애플사 같은 대기업이 연루된 스톡옵션 백데이팅(이익 증가를 위해 스톡옵션 취득일자 소급 적용) 스캔들이 최근 불거졌으며 CEO들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가져간다는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포천은 “미 기업이 영웅처럼 부활하지는 못했지만 과거의 굴욕을 털어내고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것만은 분명하다”며 “지금처럼만 노력한다면 최소한 ‘주주들을 위해 정직하게 돈을 버는 책임 있는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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