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근육통’이 늘어난다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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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생 유진(12·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군은 하루에 50통이 넘는 문자메시지를 친구와 주고받는 ‘엄지족’이다. 가끔씩 손가락과 손목이 뻐근해지는 걸 느낀다.

유 군은 이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갑자기 심각한 통증을 느껴 하는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유 군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였다. 이 병은 손가락과 손목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힘줄이 두꺼워져 손목 안의 신경을 눌려 생긴다. 지하철이나 버스의 손잡이만 잡아도 손이 저리고 엄지 약지 중지 등이 무기력해지는 이 병은 미국에선 ‘블랙베리 증후군’으로 불린다. e메일 송수신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인 ‘블랙베리’를 쓰는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도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힘찬병원 이수찬 원장은 “최근 휴대전화 문자를 많이 주고받는 학생들이 이 병에 걸려 병원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엄지족뿐만 아니다. 최근 휴대전화 액정화면으로 TV를 몇 시간씩 들여다보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족’이 각종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4월 현재 지상파 DMB 수신기 구입자는 400여만 명으로 지하철 버스 등을 타고 다니면서 TV를 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흔들리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조그만 모니터를 장시간 내려다보면 시력 저하, 두통, 어깨 및 목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 제생병원 정형외과 이영상 과장은 “DMB폰으로 TV를 보는 사람은 장시간 고개를 아래로 꺾은 자세를 취한다”면서 “S자가 되어야 정상인 목뼈가 일직선이 되는 바람에 척추 윗부분이 스트레스를 받아 목과 어깨의 근육이 심하게 뭉쳐 결리고 목을 숙일 때마다 통증이 오는 ‘근막동통증후군’이 생긴다”고 말했다.

디지털족은 특정 근육을 집중해서 쓰기 때문에 신경이 손상돼 근육통, 수면장애, 시력 저하, 목 어깨 손목 통증 등 여러 가지 질병을 겪게 될 우려가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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