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마음에 달렸다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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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했다. 예상을 뒤엎고 2-0으로 앞서던 도전자가 도전 3국에서 끝내지 못하고 2-1로 쫓기기 시작하자 다들 ‘이제부터의 승부’라고 생각했다. 만약 2-2가 된다면 흐름상 이기기 힘들다. 쫓기는 자의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판은 도전기의 분수령이었다. 큰 타이틀전을 처음 치르는 어린 도전자에게는 부담이 여간 아니었을 터인데 오히려 편안했다고 한다. 막상 1패를 안게 되자 “3-0으로 어서 끝내야 한다”고 옭아매던 주위의 기대와 강박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더라는 것이다.

“내일이 어머니 생일이다.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했는데 가장 좋은 선물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큰 대국에 나서는 3대 독자에게 부모님이 한 말은 “주눅 들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짧은 한마디였다. 도전자는 자신의 기사 일생을 좌우할지도 모를 대결장에 나오면서 잠시 뒤에 펼칠 승부를 구상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생일선물을 생각했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국수 타이틀을 선물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문득 아이스크림을 빨며 관철동 시절 한국기원 골목을 걸어오던 이창호 9단의 어릴 적 모습과 겹쳐지는 것은 어인 연유인가.

집 차이는 크지 않다. ‘이창호 표 끝내기’를 헤아린다면 따라잡은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로 미세해 보이는 국면이지만 김승준 9단은 흑이 반면 3집 이상 남기기 어렵다고 단정한다. 205수 이후에도 국수는 20여 수를 더 두었으나 승부를 끄는 것이 무의미해지자 224수에 돌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도전 3국과 똑같은 224수만의 종료였다. 국수가 교체되는 장면은 숙연했다. 나머지 수들은 총보로 미룬다. (183…○, 187…180, 200…○의 곳)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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