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으로 히로뽕 제조한 일당 적발

  • 입력 2007년 5월 1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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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처음으로 의사 처방 없이 시중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일반 감기약으로 히로뽕을 제조한 일당이 적발됐다.

수원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학석)는 히로뽕을 만들어 투약하고 유통시킨 혐의로 재미교포 추모(45) 씨와 최모(42) 씨를 1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추 씨 등은 2월 충남 청양의 한 야산에서 모 제약회사의 일반 감기약에서 히로뽕의 원료물질을 추출한 뒤 다른 화학약품을 첨가해 히로뽕을 제조, 유통시킨 혐의다.

이들은 원료추출에 쓸 감기약 100만 원 어치를 서울 종로의 여러 약국을 4일간 돌며 구입한 뒤 아세톤 등 다른 화학약품을 섞어 6시간 만에 16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만한 분량의 히로뽕을 제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물질이 히로뽕의 원료지만 의약품처럼 처방에 따라 쓰이면 인체에 해가 없으며 그 자체가 환각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면서 "이들이 범행한 것처럼 다른 화학약품이 첨가될 때 환각물질이 되므로 감기약으로 쓰이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추 씨는 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감기약으로 히로뽕을 제조하는 방법을 익혔으며 2005년 최 씨를 만나 범행을 모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문제의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원료로 쓰인 감기약이 대량 구매되지 못하도록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관계기관에 요청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이번 범행에 쓰인 감기약에는 추 씨 등이 추출하려던 물질이 120mg 들어 있어 같은 종류의 감기약 중에서 함유량이 가장 높다.

국내에는 이 물질이 120mg 들어 있는 감기약 37개 제품이 유통되고 있으며 이보다 낮은 함유량을 보인 제품까지 합치면 모두 690여 개 제품에 이른다.

식품의약안전청 홍순욱 마약관리팀장은 "문제의 성분만으로 만들어진 단일제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함유량이 적고 순도가 떨어지는 복합제제까지 의사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야할지는 국민의 편의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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