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최초 미디어 특성화 고교…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

  • 입력 2007년 5월 1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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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각도로 찍어볼까? 아니야. 이 쪽이 더 낫겠어."

서울 중랑구 망우동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이하 미디어고·여자고) 2층 영상스튜디오. 지난달 30일 영상미디어과 2학년생 10여 명이 아나운서를 빙 둘러싸고 조명판과 6㎜ 캠코더를 이리 저리 옮기며 좋은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은 어떤 각도가 좋을지에 대해 서로 끊임없이 물었다. 6개의 조명등보다 더 뜨거운 열정이 스튜디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영화감독이 꿈인 2학년생 정은지(17) 양은 "매일 2, 3시간씩 영상제작과 디지털사운드 녹음, 영상기획 강의를 듣는다"면서 "직접 영상을 찍고 영화를 만드는 실무 교육이 내 꿈을 이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서울 지역 최초의 미디어 특성화 고교다. 1969년 영란여자상업고로 출발해 1995년 영란여자정보산업고로 바뀌고 2004년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멀티미디어콘텐츠 분야 특성화고가 됐다.

웹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인터넷미디어과(4학급), 영상제작 및 편집을 전공하는 영상미디어과(3학급), 광고·인쇄 디자인전문가를 키우는 미디어디자인과(3학급) 등 3개 과의 학급당 학생 수는 25명. 교사 한 명당 학생이 10명이어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인터넷미디어과 3학년생 윤지연(18) 양은 "전문가를 초청해 배우고 현장 체험 학습과 각종 공모전, 경진대회를 통해 실무 경험을 쌓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30여 개나 되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낸다. 영화제작, 광고디자인, 애니메이션 동아리는 영화 촬영장을 찾거나 디자인공모전에 응모하고 있다.

영상반은 지난해 다큐멘터리 '웰컴투 양원역'을 서울 중랑구 인터넷 방송을 통해 방영하고 국제청소년영화제 본선 진출작 5편을 만들었다. 디자인반은 상봉역 회기역 등 지하철 역사에서 디자인 전시회를 열고 한국청소년디자인전람회에 수차례 수상작을 냈다.

최윤정(18·영상미디어과 3년) 양은 2005년 전국청소년영상창작제에서 교복의 의미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특별상을 받았다. 최 양은 "학교가 동아리 회원들이 카메라와 편집시설 등 많은 기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고는 2005년 9월 교육인적자원부와 산업자원부, 노동부가 선정하는 '산학협력 우수학교'로 지정돼 8월까지 모두 6억 원의 교육활동비도 지원받고 있다.

맞춤형 실무 학습이 입소문을 타면서 입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2006학년도 입학생은 중학교 내신 성적은 10~20%대가 대부분이다. 올해 입학생 가운데 중학교 내신 상위 0.8%인 학생도 있다.

외국어고 진학을 포기하고 미디어고를 택한 정지승(16·인터넷 미디어과 1년) 양은 "책에 파묻혀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이 곳에서 방송인의 꿈을 키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며 "다양한 교육을 받으면서 내 선택이 옳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영옥 교장은 "학교 교육과정에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아 지난해 출석률이 99.9%였다"며 "올해 첫 배출되는 졸업생들이 전공을 찾아 진학하거나 취업할 수 있도록 해 전문계고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최창봉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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