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빠진 범여권 향후 행보는

  • 입력 2007년 5월 1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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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이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혼돈 상태에 빠진 가운데 제 정파가 향후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범여권은 그동안 정 전 총장의 대선출마를 염두에 두고 통합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그가 빠져버린 상황에서는 논의의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은 재야원로와 공동 추진중인 범여권 대선후보 원탁회의 성사에 주력할 방침이지만 당내에서 조차 회의론이 적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통합신당모임은 이달 초순 독자신당 창당 목표를 예정대로 밀고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일부 의원들이 반발해 내홍을 겪고 있고, 민주당은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열린우리당 및 탈당파 의원들을 상대로 입당 교섭을 벌이는 동시에 국민중심당과의 정책연대를 모색하는 등 세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 정 전 총장의 중도포기로 그동안 추진해왔던 후보중심 통합론이 용도폐기될 위기에 처했으나 대선후보 원탁회의 성사를 통해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당은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일정의 불확실성이 사라져 통합 일정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방향타를 상실한 소속 의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1일 오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정 전 총장이 중요 후보중 한 사람이었으니 만큼 (후보중심론에)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 전 총장이 결단을 못해서 시간을 보냈고 그동안 정치일정을 예측하지 못했는데 이제 통합일정에 속도감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 "4월이 대통합신당의 모색기였다면 5월은 속도감 있는 진전이 요청되는 달"이라며 "재야 원로들의 주선을 통해서 유력주자들이 집합하는 제정당 유력후보자 원탁회의가 소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당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지도부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정 전 총장의 불출마로 인해 집단탈당 움직임은 주춤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보 원탁회의가 제대로 이뤄지기도 어렵다는 비관론이 다소 우세하다.

유력 잠룡이었던 정 전 총장이 사라진 데다 독자세력화를 추진중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에는 원탁회의가 성사되더라도 관심을 끌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우리당 재선의원은 "솔직히 비상 상황이다. 구심점이 없이 제 세력이 완전히 퍼져있는 상태여서 탈당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는, 꽉 막힌 상황"이라며 "민주당은 우선 세력을 확장해놓고 기다려보겠다는 것 같고, 대통령 측근들은 `너희들이 별 수 있겠냐. 이것저것 해보다가 안 되면 도로 열린우리당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신당모임 = 일부 의원들이 독자신당 불참 의사를 밝힌 데다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독자신당의 명분과 동력이 약해지면서 내분 상황을 맞고 있다.

독자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김한길 의원은 신당모임이 통합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분위기 수습을 시도했지만 이강래 전병헌 의원 등은 창당 강행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김 의원은 이날 "신당 창당은 세력을 갖추고 그릇이라도 만들어놔야 중도개혁세력이 뭉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이를 독자세력화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며 "열린우리당이나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에 얹혀가는 일은 동의받기 어렵기 때문에 제3지대에 서있는 우리가 좀 더 애쓰면 통합의 코어세력으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웅래 의원은 "신당모임 내부에서 이런 상황일수록 통합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세력화하고 책임있게 노력해야 한다면서 독자신당으로 가자는 의견이 다수"라며 "그러나 늦어도 한 달만 있으면 열린우리당 내에 변화가 있을 것이고 설사 변화가 없더라도 그 때 가서 명분을 쌓고 당을 만들면 되는 만큼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신당모임 소속 의원 24명 가운데 창당 강행에 반대하며 불참을 고려중인 의원은 이강래 노웅래 전병헌 이종걸 제종길 우윤근 최규식 의원 등 7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모두 불참할 경우 신당모임은 교섭단체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민주당 = 열린우리당의 `후보중심 통합론'과 달리 `세력통합 우선론'을 펴왔던 민주당은 정 전 총장 불출마로 인한 범여권의 혼선에서 한 발짝 비켜선 채 세력을 키우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열린우리당 및 탈당파 의원들을 영입해 교섭단체를 꾸리는 한편 국민중심당과 정책연대를 통해 중도세력 통합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타당 소속 의원들이 탈당에 대한 부담없이 현재의 당적을 유지한 채 제3의 교섭단체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국중당과의 정책연대를 위해 박상천 대표는 조만간 4.25 보선 당선으로`포스트 JP'로 부상한 심대평 대표와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5월 중순까지는 통합과 교섭단체 구성을 병행 추진하면서 국중당과 낮은 수준이나마 정책연대를 시도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의 실정과 잘못 때문에 후보중심론을 내걸고 외부 인사들을 조급하게 끌어들이려다가 줄줄이 출마포기 사태를 초래하고 있는 데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더이상 방황하지 말고 민주당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4.25 재보선에서 재확인된 호남권의 확고한 지지는 민주당에게 `양날의 칼'이다. 정 전 총장의 불출마로 열린우리당과 탈당파 의원들이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지역색이 강한 민주당에 합류하는 데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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