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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시대 열린다]피고인 원할땐 배심단 7,9명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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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시대 열린다]피고인 원할땐 배심단 7,9명 구성

입력 2007-05-01 03:01수정 2009-09-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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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범죄 배심제도 운영은

“배심원 여러분, 피고인은 이 보자기로 피해자의 목을 눌러 숨지게 했습니다. 제가 하는 행동을 보면서 과연 피고인의 행동이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검사는 보자기를 쥐고 30초를 세면서 배심원석 모서리를 누르기 시작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 배심원석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배심원단은 법원에서 선정한 주부, 대학생, 자영업자 등 9명.

피고인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주부 A 씨. 술에 취한 남편과 다투다 또 폭행을 당하자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고의가 아니었고 목을 조른 것은 정당방위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9명의 배심원 앞에서 검사와 변호인 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고 배심원단은 결국 살인혐의에는 무죄를, 폭행치사혐의에는 5 대 4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를 참고해 폭행치사혐의에 대해서만 “사회통념상 인정될 만한 정당방위가 아니었다”며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 형사모의재판’의 한 풍경이다.

30일 국회에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를 위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미국의 법정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배심재판의 광경은 내년부터 한국 법정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판단을 한 뒤 판사에게 평의 결과와 양형 의견을 내놓는 재판제도. 배심원단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있고 재판부가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미국식 배심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배심원단 평결과 다르게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반드시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어야 하고,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설명해 주도록 했다. 재판부가 배심원단의 판단을 어느 정도는 존중하도록 한 것.

당분간 배심재판은 △살인 △강도강간 △강도치사상 △강간치사상 △뇌물 범죄 등 중범죄 사건 가운데 피고인이 희망하는 경우에만 실시된다. 조직폭력 사건이나 성폭력 사건 등은 피해자나 배심원에 대한 보복 가능성 때문에 법원이 배제할 수 있다.

배심원단은 법정형이 사형인 때에는 9명, 그 밖의 사건은 7명으로 구성된다. 배심원은 해당 지방법원 관할 구역에 살고 있는 20세 이상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된다. 국회의원이나 변호사, 법원·검찰 공무원, 경찰, 군인 등은 배심원으로 선정될 수 없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는 1년에 100∼200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이 모든 사건 재판으로까지 확대될지, 미국식 배심제도 도입으로 이어질지는 2012년까지 5년간 시범운영한 뒤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의 재판 참여는 재판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도입됐지만 배심원단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법조비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학연, 지연, 혈연을 고리로 한 배심원단에 대한 로비 문제가 대두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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