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씨 대선 불출마 선언…돌고돌아 “이 길 아니다”

  • 입력 2007년 5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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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착잡한 표정으로 보도자료를 챙기고 있다. 이종승  기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착잡한 표정으로 보도자료를 챙기고 있다. 이종승 기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30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4·25 재·보궐 선거 이전에 이미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장은 지난달 22일경 서울대 경제학과 제자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불출마 결심을 알리며 선언 날짜도 30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교수는 23일 기자회견장인 세실레스토랑에 ‘경제과 교수’ 이름으로 예약을 했다.

정 전 총장은 24일 춘천 한림대 최고경영자과정 초청 강연에서 “정치 참여를 한다고 하면 강의가 끝나는 5월 말∼6월 초 이후 선언하겠지만 안할 경우 (학기가 끝나는 5월 말) 이전에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며 불출마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시사했다.

정 전 총장은 이후 가까운 의원들과 만나 “내가 지금 철회해도 될까”라며 심경 변화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변의 압박=당초 5월 이후 정치 참여 여부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정 전 총장이 30일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위로는 자신의 스승인 조순 전 서울시장과 김종인 민주당 의원, 아래로는 4, 5개의 자발적 지원그룹 사이에서 정치 참여 압박을 받은 것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은 정 전 총장에게 정치참여 선언 기한을 3월 30일, 4월 15일로 제시하기도 했고 29일에도 불출마 의사를 밝힌 정 전 총장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시장도 “이명박, 박근혜에게 나라를 맡길 것이냐”며 촉구했다는 후문이다.

▽정치인과 지식인 사이의 접점 찾기 실패=정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접은 것은 학문과 정치, 지식인과 정치인 사이의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과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 전 총장은 이날 불출마 선언에서 ‘정치는 세력화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여태껏 그런 세력화 활동을 이끌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정 전 총장이 ‘세력화’를 위한 조직 및 자금 동원과 관련한 여러 문제 등 현실의 벽을 두고 고민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또 정 전 총장은 최근 사석에서 정치 참여 선언을 위한 5가지 원칙을 밝혔다. 그 원칙은 △1학기 강의는 끝까지 마친다 △정치를 한다면 나의 당을 창당한다 △경선이나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는 하지 않는다 △정치참여 선언 전 지지율이 3%는 돼야 한다 △나와 함께하는 분들은 2012년 총선까지 책임진다 등이었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정치권에서 구애하고, 언론에서 관심을 보여도 지지율이 1∼2%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 정 전 총장을 만난 한 의원은 “그전에는 5% 지지율은 있어야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고 이야기하다 3%로 낮춰 말하더라”고 했다.

정 전 총장은 최근 지인과 만나 “요즘 정치인을 무척 많이 만나는데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솔직히 우리는 대선보다 총선입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나의 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총선에만 생각이 팔린 의원들이 자신을 위해 성심성의껏 뛰어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을 수도 있다.

그는 또 올해 초 기자에게 “대선에서 지더라도 당의 대표로서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책임질 수 있을까”라고 말한 적도 있다. ‘2012년 총선까지 책임진다’는 원칙에 부담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범여권에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과의 국민경선을 주장했지만 정 전 총장은 최근 “솔직히 대선에서 지는 것은 괜찮지만 후보 경선에서 지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세운 정치 참여의 원칙이 모두 어그러지는 상황에서 대선 출마 결심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게 정 전 총장 주변의 얘기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치 참여 선언 전에 이 같은 ‘틀’부터 세우는 학자적인 스타일이 애초부터 정치에 맞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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