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시-경찰 단속 ‘눈치’속 파주 용주골 ‘성업중’

  • 입력 2007년 5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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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라의 성매매 여성은 평일 오후 2시경인데도 기자 일행에게 손짓을 했다.

지난달 말 200여 m에 이르는 경기 파주시 속칭 ‘용주골’의 성매매 업소 골목.

용주골에서는 건물 외부에 창틀을 설치하고 유리창을 달아 그 안에서 여성들이 호객행위를 하는 불법 건축물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당초 시가 용역업체를 동원해 강제 철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성매매 업주 40여 명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5월까지 자진 철거할 테니 기다려 달라’고 이행확인서를 제출했던 것. 이날 현장 상황을 지켜본 파주시 공무원은 일단 만족한 표정이었다.

관내에 명문대 국제캠퍼스를 유치하는 등 최근 빠른 변화상을 보이고 있는 파주시는 ‘용주골’ 때문에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시 차원의 단속을 강화해 왔다. 그 일환으로 올해 들어 용주골의 호객용 유리창 철거에 나섰던 것. 그러나 유리창 철거만으로는 영업행위를 옥죌 만한 파괴력이 없기 때문에 철거 공사가 마무리되면 호객행위를 하는 공간은 다른 형태로 만들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시는 행정력 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실제 성매매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제대로 하지 않아 ‘수도권 최대 집창촌’을 관내에 두게 됐다며 볼멘 표정이다.

경찰도 할 말은 있다.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성매매 순간을 포착해야만 단속이 가능하다”며 “(시가 나서서) 성매매 장소로 활용되는 건물 자체를 없애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 단속 의지는 높다고 말하면서도 시와 경찰이 근본적인 대책에 관해서는 상대방에게 공을 넘기는 셈이다. 시는 용주골 내 성매매 업소가 150여 개인 것으로 보고 있으나 경찰은 절반 이하인 70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엇박자 속에서 용주골의 ‘붉은 전등’은 당분간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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