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봄날의 폭설

  • 입력 2007년 5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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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의 날일자로 둘러치자 우중앙의 두터움이 베이킹파우더를 먹은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흑은 제자리걸음인데 백의 우중앙은 하얗게 변하고 있다. 봄날의 폭설이다. 벚꽃이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반상에 흰 눈이 분분하다.

백 128로 중앙이 크게 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진다. “참고도 흑 1의 날일자로 갈 수 있을까요? 이렇게 삭감하지 못하면 이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안조영 9단이 참고도 백 6까지 그려 보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깊이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금쪽같은 시간을 13분이나 축내며 고민하던 국수가 끝내 뛰어들지 못하고 흑 129로 참는다. “이 정도로는 덤에 걸릴 것 같네요. 반면으로 흑이 약간 남는 형세입니다. 흑 131에 백 132로 두는 손길을 보니 이제는 윤준상 4단이 생각도 안 하고 두는 거 같습니다. 승리를 확신하나요?” 안 9단의 해설은 이미 승부가 결정되었다는 어투다. 백은 흑이 하자는 대로 모두 받아주고 있다. 체념한 듯 국수의 표정은 지극히 평온해 보였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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