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포스코, 기지개 켜나…자사주 매입 적극 행보

  • 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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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는 공룡.’ 최근 포스코 관련 보고서를 낸 미래에셋증권 이은영 연구원은 이런 제목을 달았다. 그에게 제목의 의미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10년 동안 ‘잠수’를 탔다가 포스코가 이제 좀 뭔가 하는 것 같아요. 사실 그동안 이익을 많이 냈지만 초기투자에서 따먹은 과실이지, 적극적인 경영활동으로 얻은 것은 아니거든요.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바로 그 이유죠. 돈만 쌓아 놓고 투자도 안 하지, 배당도 안 하지, 그러니 주가가 오르겠어요?”》

이 연구원은 포스코가 6일 8893억 원어치의 자사주 매입 결정을 한 것과 관련해서 “주가가 최고가 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1, 2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했다.

포스코 주가는 8일 최근 급등에 대한 경계심리로 하락세로 마감했지만, 연초 이후 강한 상승세를 타면서 단연 화제 종목으로 떠올랐다.

○ 철강업계 인수합병(M&A) 바람 영향

포스코 주가는 8일 현재 34만4000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3만5000원(11.3%) 올랐다. 1년 전에 비해선 58.5% 급등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포스코 주가 상승의 주된 이유로 ‘M&A 기대감’을 꼽는다. 세계적으로 철강업계는 M&A 폭풍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세계최대 철강업체 미탈(네덜란드)과 2위 아르셀로(룩셈부르크)의 합병에 이어 올해도 타타스틸(인도)이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병 철강사인 코러스를 인수하는 등 ‘짝짓기 열풍’이 거세다.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포스코도 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적대적 M&A 방어를 위해 포스코가 우호지분 확보와 함께 적극적인 주가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 신일본제철과 지분 상호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4.95%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또 포스코는 6일 국내 최대 강관업체인 세아제강 지분 10.11%를 취득하고, 세아제강은 포스코 지분 0.06%를 확보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자사주 추가매입 결정을 한 것도 적극적인 주가 관리와 함께 M&A 방어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 있어

포스코가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투자행보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가에는 호재다.

10조 원을 인도제철소 건립에 쏟아 붓고 있는 포스코는 6일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1조4032억 원을 신규투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포스코는 “2조4000억 원가량의 M&A 자금도 준비해 놨다”며 적극적인 M&A와 신사업 추진에 나서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약간의 위험(리스크)만 있어도 투자를 회피하던 과거의 경영 스타일에서 탈피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국제 철강 경기가 올해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포스코의 주가 행보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신증권 문정업 연구원은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과 중국,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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