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수학 오디세이]달과 일 년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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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면 달에 사람이 살 수 있다고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부터 달에 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하여 2024년부터 사람들을 상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발표에 따르면 달 기지는 인간이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시험하는 곳이 될 전망이며, 가까운 미래에는 달에 옥토끼가 아닌 인간이 사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달은 어느 민족에게나 동경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달에 얽힌 설화와 전설이 많다.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이렇다.

태초에 천지는 혼합되어 있었다. 그런데 천지의 가운데가 갈라지며 분리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물과 귀신과 인간, 그리고 지상의 만물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천황(天皇) 닭과 지황(地皇) 닭, 그리고 인황(人皇) 닭이 울자 하늘에 있던 사방의 문이 열리고 동서남북에 각각 견우성, 직녀성, 노인성, 북극성과 하늘 한 가운데 삼태성이 생겼다.

하지만 지상은 어둠 속에 있었다. 그래서 천궁의 수문장이 동쪽과 서쪽별이 결혼하여 낳은 아이의 앞 눈 2개로 2개의 해를 만들고 뒷눈 2개로 2개의 달을 만들었다. 해와 달이 2개씩이자 인간들이 낮에는 뜨거워 타서 죽고, 밤에는 차가운 달 때문에 얼어 죽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하늘의 천지왕이 지상으로 내려와 부인을 얻어 쌍둥이 형제인 대왕별과 소왕별을 낳게 한 후 박씨를 남기고 하늘로 돌아갔다. 형제는 박씨를 심어 그 줄기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 천지왕에게서 무쇠로 만든 활과 화살을 받았다. 그 활과 화살로 대별왕은 해 하나를 쏘아 동쪽의 샛별로 만들고 해를 하나만 남겼다. 소왕별도 달을 하나 쏘아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만들고 달을 하나로 만들었다.

설화와 더불어 우리가 달을 중요시 하는 이유는 달로 시간을 측정했기 때문이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30일을 한 달로 하는 것이 음력인데, 정확하게는 29.53일이다. 따라서 음력의 날짜와 달의 위상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나게 된다. 이런 차이를 메우기 위해 윤달을 둔다. 2006년에도 윤달이 있었는데, 특히 2006년과 같은 윤년을 쌍춘년이라고 한다.

음력으로 2006년은 양력 1월 29일부터 2007년 2월 17일까지인데, 7월 윤달이 끼면서 1년이 385일이 된다. 역술인들은 양력을 기준으로 입춘인 2006년 2월 4일과 2007년 2월 4일이 모두 음력으로 2006년 안에 있기 때문에 쌍춘년이라 하며, 봄의 왕성한 기운을 상징하는 입춘이 두 번 들어 있는 해인만큼 결혼에는 더 없이 좋은 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쌍춘년에 관한 이런 주장은 근거 없는 속설일 뿐이다.

윤달은 음력뿐만 아니라 태양력에도 있다. 하지만 태양력에서는 한 달을 통째로 끼워 넣는 윤달 대신에 어느 특정한 해에 하루를 첨가하는 윤년을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제정한 그레고리력이다. 이 달력은 태양이 황도상의 춘분점을 지나 다음 춘분점까지 되돌아오는 1 태양년을 1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1 태양년의 정확한 날짜는 365.2422일이기 때문에 윤년이 필요하다. 그래서 4의 배수 해에 윤년을 두되, 100의 배수인 해는 평년으로 하고, 400의 배수인 1600년과 2000년 등은 윤년으로 정했다. 즉, 2000년은 100의 배수이고 동시에 400의 배수이므로 2월이 29일까지 있게 된다. 2007년은 4의 배수가 아니므로 2월은 28일까지 있는 반면, 2008년은 4의 배수 해이므로 2월은 29일까지 있는 윤년이 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태양력이든 음력이든 모두 약간의 오차가 있다. 따라서 좀 더 정확하고 간명한 달력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세계력’이다. 이 달력은 1년을 4분기로 나누고 각 분기마다 3달을 두었다. 각 분기의 첫 달은 31일이고 나머지 두 달은 30일씩이다.

그러면 각 분기는 91일이 되고 일요일에 시작하여 토요일에 끝난다. 이 달력에 따르면 어느 달 어느 일이든지 매년 같은 요일이 된다. 또한 1년은 364일이 되는데, 매년 365번째 되는 날을 ‘세계의 날’이라고 정하여 휴일로 한다.

이 날은 일주일 중 아무 요일도 아니며 달력에도 없다. 그리고 윤년의 경우에는 6월 30일 다음 날 ‘세계의 날’을 하루 더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의 날’이 가장 행복한 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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