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발목잡는 ‘그들만의 집회’ 안된다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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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12일과 25일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이기로 한 노동자대회를 불허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주노총이 쌀 개방 반대와 비정규직 권리 보장 등을 외치며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집회를 벌이는 모습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경찰청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12일과 25일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이기로 한 노동자대회를 불허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주노총이 쌀 개방 반대와 비정규직 권리 보장 등을 외치며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집회를 벌이는 모습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경찰이 ‘교통 혼잡 우려’를 이유로 양대 노총의 서울 도심 집회를 금지한 것은 대규모 집회로 인한 교통체증과 이에 따른 시민 불편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군사독재 시절 억눌려 왔던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민주화 이후 도심 집회를 허용해 왔지만 이제는 그 정도가 지나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음을 경찰도 뒤늦게 인정한 것.

또 지난달 23일 이택순 경찰청장이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도심 집회를 엄격히 단속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음에도 통일연대 등이 차도를 점거한 채 집회를 열자 공권력 확립을 위해 법집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주말마다 도심 집회=최근 서울 도심에서는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가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집회 장소 부근을 지나던 애꿎은 시민들만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공공연맹 소속인 전국철도노조와 4대 보험 통합 반대 대책위, 비정규직 대책본부는 지난달 28일 오후 각각 서울역 앞과 종묘공원, 을지로 훈련원공원에서 개별 집회를 갖고 공공연맹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세종로 교보생명 빌딩 앞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세 곳에서 출발한 집회 참가자 8500여 명이 세종로 쪽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 일대 교통은 마비됐다. 이들은 집회 신고 때는 2개 차로만 이용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집회 막바지에는 4개 차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계속했다.

이에 앞서 8월 15일 통일연대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9000여 명이 참가한 ‘8·15 반전평화 자주통일 범국민대회’를 연 뒤 종로2가까지 차도를 이용해 거리행진을 했다. 또 재향군인회 등 200여 개 보수 성향 단체들은 토요일인 9월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5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집회’를 연 뒤 한국은행 앞까지 차도로 거리행진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할 때마다 어김없이 교통체증이 빚어져 부근을 지나던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잦은 집회로 생업에 지장을 받은 상인들이 ‘집회 시위 근절 캠페인’을 따로 열 정도였다.

대학로 문화발전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주최한 ‘대학로 문화지구 집회 시위 근절 캠페인’에서는 한국음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와 종로구 주민자치회 소속 회원 300여 명이 모여 소음과 교통체증으로 영업을 방해하는 시위를 그만해 줄 것을 촉구했다.

▽교통방해 집회 방관한 경찰도 책임=경찰이 뒤늦게 도심 교통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집회에 대해 금지 통보를 하고 나섰지만 경찰도 그동안 도심 교통을 방해하는 집회를 방관해 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경찰 수뇌부들이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단체들의 도심 집회를 과감하게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경찰청은 9월 27일 “차도를 이용한 거리행진으로 교통을 방해해 시민에게 불편을 끼칠 것으로 판단되는 집회는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발표가 있은 후 한 달 사이 통일연대와 공공연맹의 대규모 도심 집회를 허가했다.

한편 경찰의 집회 금지 통보에 대해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또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 이은호 차장은 “한국노총은 폭력 시위를 한 적이 없다”며 “준법시위 확산을 위해서라도 경찰은 집회를 허가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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