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청년실업자 시위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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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말기 부청멸양(扶淸滅洋·청나라를 도와 서양 세력을 물리침)을 내걸고 일어선 의화단사건은 중국의 애국운동으로 꼽힌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일자리 없고 장가도 못 간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성적 불만이 정치적으로 폭발했다는 해석이 있다. 연 10% 경제성장을 누리는 지금도 도시로 몰려드는 2500만 구직자 중 취업이 가능한 인구는 1100만 명 정도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 찰싹 달라붙어 성장에 매달리는 것도 실업이 정권까지 흔들 위험성을 알기 때문이다.

▷1995년 프랑스 좌파 대통령은 청년 실업자들의 대규모 시위 여파로 실각했다. “학교를 졸업한 수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못 구하면 반란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이를 억누르거나 복지제도로 달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가겠나?”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이렇게 정부를 공격했던 야당 후보가 자크 시라크 현 대통령이다. 11년 집권했지만 실업문제를 풀지 못해 지금도 청년실업률이 20% 넘는다. 작년엔 무슬림 무직 청년들이, 올해 초엔 실업을 걱정하는 파리의 대학생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비전2030보다 2030명의 취업이 더 절실하다”며 그제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청년실업자들의 시위 역시 예사롭지 않다. 20대 청년 30여 명이 서울 정동에서 광화문까지 평화롭게 행진했지만 실업과 사회 변동의 함의(含意)는 평화와 거리가 멀다. 대학 공부는 물론 인턴십에 ‘취업용 봉사활동’까지 한 모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못 주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는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의 총체적 실패, 그 십자가를 젊은 어깨에 지운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2년간 세계의 경제정책을 연구해 6월에 내놓은 ‘일자리 전략’은 ‘건전한 거시경제정책과 경쟁적 생산 및 노동시장’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빚 없이 나라 살림을 하면서 민간 부문의 경쟁과 유연성을 키워 주면 실업은 줄고 일자리 자체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 명쾌한 해법을 외면하고 모든 걸 정부가 움켜쥐어 온 시라크 대통령은 내년 실각이 확실시된다. 우리나라에선 어떨지….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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