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프랑스 삼합’은 치즈 와인 호밀빵

  • 입력 2006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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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치즈의 신상원(오른쪽) 이영미 씨 부부. 프랑스에서 치즈의 깊은 맛에 빠진 이들은 현지 시골 마을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변영욱 기자
앤치즈의 신상원(오른쪽) 이영미 씨 부부. 프랑스에서 치즈의 깊은 맛에 빠진 이들은 현지 시골 마을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변영욱 기자
《치즈와 김치. 두말할 것 없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강 음식이다.

요즘은 대량생산되기도 하지만 예부터 전통적인 제조법이 전래되고 다양한 요리의 재료가 된다는 점이 닮았다.

둘 다 발효식품이어서 만드는 사람과 지역마다 맛이 다른 것도 공통점.

갓 만들어 낸 깔끔함보다 묵히고 삭혔을 때 깊은 맛이 나오는 게 치즈와 김치다.

레스토랑 ‘앤치즈’(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신상원 이영미 부부는 치즈의 곰삭은 맛에 반해 하던 일도 접고 치즈 요리 전문 식당을 냈다. 홍어회의 참맛을 찾아 목포까지 가고 꽁치젓갈 김치를 찾아 삼남 지방을 헤매기도 한 자칭 ‘발효식품 마니아’인 이들에게 치즈 이야기를 들었다.》

○치즈 마니아를 위한 사랑방

부부의 치즈 사랑은 1990년대 초반 프랑스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시통역사를 준비하던 신 씨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이 씨가 파리에 산 것은 4년.

“양쪽 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아 미각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그런데 프랑스 음식은 너무 잘 맞았습니다.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과 발효 식품인 치즈가 특히 맘에 들었습니다. 한국 요리의 특징인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파리에서도 느꼈던 것이죠.”

1995년 귀국한 뒤에도 부부는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서 치즈란 슬라이스 치즈 외엔 구하기 어려웠다. 가끔 어렵게 찾아낸 정통 치즈도 대량생산된 제품이어서 맛이 떨어졌다. 결국 부부는 보따리장수처럼 1년에 1, 2번씩 ‘진짜’ 치즈를 구하러 파리에 다녀왔다.

“어쩌다 한번 가는 거니 얼마나 좋은 치즈를 구하고 싶었겠습니까. 파리는 물론 프랑스 전역을 돌았죠. 그게 쌓이다 보니 치즈에 대한 노하우가 되더군요. 우리만 알고 있기엔 아깝다 싶어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게 인기를 끌었어요.”

홈페이지 ‘앤치즈 (http://www.ncheese.com)’는 반향이 컸다. 주한 프랑스인들도 감탄하며 회원이 됐다. 2만 명에 이르는 회원이 부부가 구입한 치즈를 맛보기를 원해 파티도 열었다. 그 치즈 마니아들을 위해 만든 사랑방이 이젠 레스토랑이 됐다.

“지난해 아내가 중학생이 된 큰아이의 뒷바라지를 위해 문을 닫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말리는 이가 너무 많았어요. 더구나 ‘레스토랑을 닫으면 어디서 제대로 된 로크포르 치즈(블루치즈의 일종)를 먹느냐’며 아이들이 반대하는 거예요. 지금도 장사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반한 프랑스 치즈의 맛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네요.”

○치즈의 황제 로크포르

치즈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2000가지가 넘는다. 그 중 연간 치즈 생산이 140만 t에 이르는 프랑스 치즈만 400여 종. 앤치즈에서는 현재 150가지 정도를 들여온다. 앤치즈에서는 샐러드나 스테이크 등에 다양한 치즈를 곁들인 요리를 맛볼 수 있지만 신 씨는 치즈의 참맛을 느끼려면 있는 그대로 먹어 보라고 한다. 와인과 호밀빵에 치즈를 곁들이면 한국의 삼합(김치 홍어회 돼지고기)처럼 잘 어울린다. 삼합은 쌈을 싸서 먹지만 ‘프랑스 삼합’은 하나씩 따로 먹으며 맛을 이어갈 때 끝맛이 맞물리는 별미를 느낄 수 있다.

치즈는 대량생산되는 가공 치즈와 발효나 숙성을 거치지 않는 생치즈를 포함해 8가지로 나뉜다. 이 씨가 초보자용으로 권한 것은 흰색 껍질을 가진 연성 치즈. 일명 ‘꽃(곰팡이)’인 솜털 같은 껍질 속에 입 안에서 녹는 노란 색 치즈가 들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한 ‘카망베르’ ‘브리’ 치즈도 이 계열이다. 2∼6주의 짧은 숙성 과정을 거쳐 부드럽고 느끼하지 않아 아이들도 좋아한다. 생테밀리옹이나 코트 뒤 론 등 부드럽고 균형 잡힌 맛의 레드 와인에 잘 어울린다.

치즈의 진수를 맛보려면 ‘블루 치즈’를 먹어 봐야 한다. 블루 치즈는 하얀 치즈 안에 푸른색 무늬가 들어간 것으로 맛이 톡 쏘면서도 진하고 풍부하다. 푸른색 무늬는 발효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곰팡이다. 블루치즈는 호도나 건포도가 들어간 빵, 그라브나 코르베이르 등의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린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로크포르’는 치즈의 황제로 불리는 블루 치즈. 소젖으로 만드는 여느 블루치즈와 달리 양젖을 3∼6개월 천연 동굴에서 숙성시켜 만든다. 달콤하고 풍요로운 소테른 지방의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는데 프랑스에서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말을 쓴다.

염소젖으로 만든 ‘크로탱 드 샤비뇰’과 부드러운 속살이 일품인 반(半)경성 치즈 ‘컹탈’, 산악인들이 겨울 식량으로 먹던 구멍이 송송 뚫린 경성 치즈 ‘그뤼예르’ ‘에멘탈’ 등도 꼭 먹어 봐야 할 치즈다.

이 씨는 “치즈의 종류가 다양해 쉽게 매치하기 어려우나 같은 지역에서 나는 와인을 고르면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치즈소스 스테이크

신 씨가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시골 마을 식당에서 맛본 뒤 며칠 동안 졸라서 배운 쇠고기 등심 스테이크. 레드와인을 졸이다가 크림을 넣어 너무 질지 않게 달군 뒤 블루치즈를 살살 녹여 넣는 게 소스의 핵심. 로크포르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인 블루치즈로 손꼽히는 ‘블루 도베르뉴’를 쓴다. 고소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특징.

퐁뒤

2가지 이상의 경성 치즈에 레드와인을 넣고 따뜻한 수프처럼 녹인 뒤 빵과 감자를 찍어 먹는다. 추운 겨울날 불가에 둘러앉아 함께 먹던 알프스 지방의 전통 음식인 만큼 파티에 내놓기 좋다. 스위스식은 에멘탈과 그뤼예르 치즈를 넣지만, 프랑스식은 그뤼예르 대신 콩테 치즈를 넣는 경우가 많다. 함께 넣는 와인은 알자스 지방의 것이 제격.

① 일본에서 인기 있는 오렌지색 연성 치즈 ‘에푸아스’

②우유 등에서 나는 육질 냄새가 적어 채식주의자들도 좋아하는 ‘파페 다 피누아’

③길게는 1년 정도 동굴에서 숙성시킨 블루 치즈 ‘블루 드 코스’

④딱딱한 껍질에 부드러운 속살을 감춘 반경성 치즈 계열의 ‘미모레트’


치즈 종류특성대표적인 치즈
생치즈일명 ‘치즈의 소년기.’ 발효나 숙성을 시키지 않고 저온 살균한 우유나 크림으로 제조. 신선하고 부드러우면서 약간 시큼하다.드미쎌, 프티 스위스
흰색 피막의 연성 치즈‘꽃’이라고 불리는 흰솜털 곰팡이로 덮인 치즈. 부드럽고 진한 속살은 노란색. 2∼6주간 숙성.카망베르, 브리, 쿠로미에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흰색 껍질을 걷어 내고 미지근한 소금물에 씻는 과정이 첨가된 연성 치즈. 껍질이 부드럽고 두꺼워지며 오렌지색이나 붉은색을 띤다.에푸아스, 마루아이,랑그르
염소젖 치즈염소젖으로 만든 치즈. 생치즈부터 경성치즈까지 다양하며 100% 염소젖으로 만들거나 소젖과 섞은 것 등 두 종류가 있다. 3∼10월에 먹기 좋다.크로탱 드 샤비뇰, 샤비슈, 푸리니, 생피에르
블루 치즈하얀 치즈 살 속에 푸른 점무늬가 있다. 산간 지방에서 생산되며 강하고 진한 맛.로크포르, 블루 드 코스, 블루 도베르뉴
반경성 치즈호두처럼 단단한 껍질 속에 연성치즈처럼 부드러운 살을 감춘 치즈. 1∼12개월의 숙성 과정에서 씻고 솔질하는 과정이 반복됨.미모레트, 컹탈, 르블로숑
경성 치즈크기가 크고 노란색 껍질에 구멍이 뚫린 것이 특징. 반경성 치즈와 달리 최소 1년 정도 숙성 과정을 거침. 그뤼예르, 에멘탈, 콩테
가공 치즈경성 치즈에 우유 버터 크림을 섞고 향신료 등을 첨가해 만든 치즈.카나페 치즈, 스프레드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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