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복잡한 감성까지 지닌 로봇은 가능한가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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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히노키오. 사람이 원격조종하기 때문에 인간적인 감정을 행동으로 고스란히 드러낸다. 인공지능 연구자들 사이에는 인지과학과 신경생물학을 이용해 사람의 복잡한 사고와 감정 메커니즘을 파헤치는 연구가 한창이다. 사진 제공 스폰지
극중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히노키오. 사람이 원격조종하기 때문에 인간적인 감정을 행동으로 고스란히 드러낸다. 인공지능 연구자들 사이에는 인지과학과 신경생물학을 이용해 사람의 복잡한 사고와 감정 메커니즘을 파헤치는 연구가 한창이다. 사진 제공 스폰지
《25일 국내에서 개봉되는 일본 영화 ‘히노키오’에는 주인 대신 학교에 다니는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소년은 히노키오의 몸을 빌려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과연 실제 로봇도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속내를 토로하며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 세 살배기 두뇌 능력을 배운다

로봇의 감성과 지성을 모두 관장하는 부분은 바로 인공지능. 1956년 처음 등장한 인공지능은 과학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학습과 몇 가지 인식 기술을 제외하고 한동안 큰 진척이 없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관계된 두뇌의 기능에서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특히 출생 직후부터 세 살까지 아이의 두뇌 발달에 주목한다.

출생 직후 성인 뇌의 25% 정도인 350g에 불과한 아이 뇌는 1년 이내 1000g 정도로 급격히 발달한다. 세 살이 될 때까지 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이 골고루 발달하는데 이때 두뇌발달의 기초가 되는 기본 능력을 습득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장병탁 교수는 “연상 작용에 의한 기억이나 유추, 경험이 바탕이 된 독창성 같은 복합적 사고와 학습 능력이 발달하는 세 살배기 아이의 두뇌를 모방하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한다.

○ 실리콘 임파서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인공지능연구소가 1999년 개발한 ‘키즈멧(Kismet)’은 지금까지의 로봇 가운데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잘 읽고 반응한다.

현재까지 기술로 로봇이 감각센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의 감정 유형은 기쁨, 슬픔, 놀람, 공포, 화남, 무감각 등 크게 6가지. 로봇이 시각센서를 통해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95%까지 알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피부의 전기 저항, 땀, 체온을 측정하는 촉각센서로는 약 80%까지 알아맞힐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 표정을 본 후 대응하는 수준은 초기 단계다. 6가지 유형 외에 비웃음 같은 미묘한 표정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 또 6가지 유형을 인식했다 해도 이에 대한 반응은 사람을 단순히 흉내 내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슬픈 얼굴을 보면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웃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주인’의 마음을 풀어준다는 것.

한국과학기술원 전기전자공학과 양현승 교수는 “시뮬레이션과 인지모델을 이용해 대표적인 감정 유형에 반응을 할 수는 있으나 사랑을 느끼거나 거짓말을 하는 중간 단계의 감정은 아직 모델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부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지금의 실리콘 반도체 기술만으로는 감성이 풍부한 로봇의 등장이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기억과 학습, 감정 유발은 사람 몸속의 수많은 신경세포 간 협동에 의해 이뤄지는 데 반해 실리콘 반도체로 구성된 컴퓨터는 정해진 자원(계산능력과 기억용량)만을 이용한다는 것.

수십억 개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DNA)처럼 복합적인 정보 처리 및 저장 기능을 가진 분자 컴퓨터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도 3월 23일자 특집호에서 분자컴퓨터가 2020년까지 실용화된다고 전망했다.

이때쯤이면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감성 로봇에 대한 연구도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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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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