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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국가지도자는 국민 의견 듣고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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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국가지도자는 국민 의견 듣고 실천해야”

입력 2006-02-28 03:08수정 2009-09-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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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이 27일 명동성당에서 추기경이 된 뒤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정진석(鄭鎭奭) 추기경은 27일 “그동안 교회 밖의 문제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입을 열지 않고 살아왔지만 하느님의 분명한 원칙을 이야기해야 할 때는 교황님의 뜻은 이러이러하다고 국민들에게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 별관에서 추기경 서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추기경은 하느님의 말씀을 오늘날의 현실에 해석하고 적용하는 교황의 보필자로 교황의 발언 중 우리나라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면 전달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해 앞으로 정치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발언할 수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정 추기경은 또 “국가지도자는 평균적인 국민의 의견과 국민 다수의 소망을 듣고 이를 실천에 옮기면 역사에 길이 남는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법조항 한두 개의 문제가 아니라 일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16∼18세의 청소년들이 수능 만능주의에 물들고 점수기계가 돼버린 현실이 안타깝다”고 개탄하면서 “우리나라의 현 교육시스템으로는 세계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 선교에 대해 정 추기경은 “남북문제는 일방적인 생각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정부와 의논하고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뒤 북한의 가톨릭 현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광복 이후 58개이던 가톨릭교회가 6·25전쟁 중 전부 없어졌다. 신부 수녀님 100여 분이 계셨는데 전쟁 전후로 다 이 세상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그 후 지금까지 북한에는 성직자나 수녀님이 한 분도 없다. 신자들은 광복 직후 5만5000명 정도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1000∼300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소문이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선교란 말은 좀 어폐가 있다. 북한 전체 주민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사랑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대교구는 매년 10억 원씩을 지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정 추기경은 “북한에는 성직자가 한 분도 안 계시니 어렵다. 신부 한 명이라도 상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북한 측에 요청했으나 ‘아직 때가 아니다’는 대답만 듣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환(金壽煥) 추기경과의 역할 분담을 묻는 질문에 정 추기경은 “라틴어에 ‘노인은 지혜다’란 말이 있다. 그분은 나의 스승이요, 대선배며, 큰형이다. 김 추기경에게서 지도받으며 이 자리가 갖는 의미를 배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종교지도자들 鄭의장에 충고

지관 스님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추기경 서임 축하인사차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주교관 집무실을 찾은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에게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라”고 덕담을 겸한 충고를 건넸다.

정 추기경은 “지도자들이 국가 발전과 민족 복지 증진을 위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지만 방법론에 차이가 있다”며 “(정치인들이) 기본은 비켜두고 지엽적인 차이점 때문에 서로 용서하지 못할 사람처럼 논쟁을 하다 합의조차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의장 체제가 출범한 뒤 5·31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여야가 또다시 싸움판을 벌이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상생(相生)의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조언이었다.

정 추기경은 “제각기 다른 대한민국 4800만 명의 평균 얼굴을 조합해 낼 수 있는 것처럼 4800만 명의 평균 의견도 모을 수 있다”며 “이런 평균 의견을 모으려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추기경은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다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의견을 도출해 내는 것이 의장의 역할”이라며 “힘들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힘들이지 않고 되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신자인 정 의장은 “말씀을 잘 받들어 당내 화합 및 야당과의 상생정치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 의장은 이어 서울 종로구 견지동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가 지관(智冠) 총무원장 스님도 만났다.

지관 스님은 “혼자서는 집을 지을 수 없다. 두서너 사람을 모아야 지혜가 나오고, 여러 뜻을 모으면 완벽해진다”며 “집을 지을 때는 철저히 계획한 뒤 의지력을 갖고 설계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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