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논평/이동관]‘판흔들기’ 위한 정략적 개헌논의 피해야

  • 입력 2006년 2월 27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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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두고 개헌논의가 점화될 조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아 휴일인 어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한산을 등반하면서 “대통령 임기 5년이 너무 길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주 이해찬 국무총리도 국회에서 “대통령은 5년 단임제이고 국회의원은 임기가 4년이며 국회의원선거 사이에 지방선거가 있어 혼란스럽다”며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판흔들기’ 위한 정략적 개헌논의는 피해야-이동관 논설위원

그렇지 않아도 ‘천생연분’임을 자랑해온 대통령과 총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헌필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여권핵심부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깊숙한 교감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런 데도 노 대통령은 발언 직후 개헌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개헌은 그렇게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병완 비서실장도 “개헌과 연결된 1%의 의도도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종전 노 대통령의 문제발언이 나왔을 때처럼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주워 담기에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은 전면 개헌은 어렵더라도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조정은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대통령과 총리의 발언을 곱씹어 보면 개헌론 제기의 초점이 ‘대통령 임기 중 선거가 너무 많아 국정수행이 어렵다’는 데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노 대통령 자신도 “임기를 2-3년 지나 중간평가를 한다는 것은 이미지 평가에 불과하다”며 지방선거를 ‘정권심판론’으로 연결시키려는 야당의 공세를 사전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개헌론 제기의 바탕에 깔린 논리는 노 대통령이 연정론을 제기하면서 내걸었던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는 안정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의 연장선에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개헌론 제기의 ‘진정성’ 자체를 한번 더 짚어봐야 할 듯 합니다. 특히 논의가 갖고 있는 인화성에 비추어 개헌론은 한번 던져지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헌론이 ‘지방선거 필패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판흔들기’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을 야당이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노 대통령의 가장 큰 과제는 남은 2년 임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개헌론의를 통한 ‘판흔들기’로 국정운영에 기울여야할 에너지가 낭비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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