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유관순 열사 표준영정과 표준없는 행정

  • 입력 2006년 2월 27일 0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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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은 이미 윤곽이 잡혀가는데….”

유관순(柳寬順·1902∼1920) 열사의 표준영정을 다시 제작 중인 충남 천안시는 요즘 문화관광부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고민이다.

천안시는 지난해 8월 충남대 윤여환(尹汝煥) 교수와 표준영정 제작 계약을 맺은데 이어 같은 해 10월 이 사실을 문광부에 보고했다.

윤 교수는 올해 10월을 전후에 영정을 완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제작에 들어가 지난해 12월 1일 문광부 동상 영정 심의위원회에서 1차 심의를 마친 상태.

그러나 문광부는 유 열사의 표준영정 교체 여부를 3월 열리는 심의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심의위원 중 일부가 문광부 내규인 동상 영정 심의규정에 (기존의) 표준영정 폐기에 대한 조항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 이유.

문광부 관계자는 “표준영정 교체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폐기 규정이 없는지 몰랐다”며 “천재지변 등에 의해 훼손된 경우라면 모르지만 이번 경우는 폐기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되는 만큼 규정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열사 영정은 그동안 3차례 바뀌었지만 1986년 제작해 천안의 유관순열사 추모각에 봉안돼온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 화백의 영정만이 표준영정으로 지정됐었다.

하지만 이 영정이 유 열사의 수형시절 사진을 모델로 해 실제 얼굴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장우성 화백의 친일 전력 시비가 일자 교체하기로 했던 것.

천안시 관계자는 “2003년 말 유 열사 표준영정을 교체하기로 했지만 장우성 화백이 다시 선정돼 그동안 3차례 가량 심의도 진행됐다”며 “그가 친일문제에 휘말리다 사망하는 바람에 새 작가를 선정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다.

문광부는 “심의위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떠밀고 있다.

천안시와 유 열사 유족들은 문광부의 표준영정심의 행정에 과연 ‘표준’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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