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6년 러 과학자 이반 파블로프 사망

  • 입력 2006년 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개의 해’인 올해, 마취도 없이 메스를 들이대며 개를 모질게 ‘학대’한 러시아 과학자 이반 파블로프를 거론하는 것이 개한테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파블로프와 실험용 개들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끼친 커다란 업적을 감안하면, 올해 작고한 지 70년을 맞이한 그를 호명하는 것에 대해 견공들도 너그러이 이해하리라 믿는다.

‘조건반사’로 널리 알려져 있고 19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파블로프는 1936년 2월 27일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파블로프의 위대한 발견은 우연히 시작됐다. 개의 식도를 수술해 소화 작용을 연구하던 그는 실험용 개가 먹을 것을 가져다 주는 주인의 발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는 것을 발견했다. 파블로프는 실험을 진전시켜 먹이를 줄 때 벨소리를 반복적으로 들려 준 뒤에는 개가 벨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린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반응이 뇌의 특정 부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파블로프는 개의 대뇌 피질 일부를 도려냈고 그 후 개는 벨소리가 울려도 침을 흘리지 않았다. 조건반사가 대뇌의 작용에 의한 것임을 발견한 것이다.

이 같은 발견은 훗날 행동주의 심리학의 기초가 된다. 극단적으로는 외부 자극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마음대로 결정지을 수 있다는 이론으로까지 나아갔다. 대표적인 것이 공산주의 사회에서의 세뇌 기술이다.

그러나 정작 파블로프는 생애의 상당 기간을 공산주의에 저항한 반체제 인사였다. 러시아 혁명 이후 궁핍하던 시절 “동료들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식량 배급 특혜를 거부했다. 1924년에 성직자 자녀들이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군사의학 아카데미에서 축출될 때 파블로프는 “나도 목사의 아들”이라며 생리학 교수 직을 내던졌다.

실험에만 매달려 평생 무능한 가장으로 살았지만 그는 죽음을 맞이해서도 생명의 소멸에 대한 자신의 감각을 관찰해 신경병리학자에게 묘사해 줄 정도로 지독한 ‘실험주의자’였다. 과학자의 태도에 대한 그의 말은 숙연하기까지 하다.

“여러분이 기억해야 할 것은 과학이란 여러분의 전 생애를 요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여러분이 두 생애를 누릴 수 있다고 해도 충분치 못한 것입니다. 과학은 여러분에게서 최고의 노력과 최상의 정열을 요구합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