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인기學科

  • 입력 2006년 2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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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재활과, 장례지도과, 애완동물미용학부, 승마조련과, 테마파크디자인과…. 세상의 변화와 더불어 대학에도 이색 전공, 별난 학과가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죽은 사람을 염(殮)해서 장사 지내는 일을 대학에서 가르칠 정도냐고 했을 것이다. 노인 보살피기나 애완용 개에 리본 달고 치장하는 것까지 대학의 전공과목이 된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젠 어엿한 인기학과다.

▷광복 전후(前後) 궁핍한 시절에는 체신고 철도고 사범학교에 인재가 몰렸고 대학에도 광산과(鑛山科)라는 게 있었다. 좋은 일자리라야 철도청 우체국 학교나 전력회사 정도이던 시절이다. 1960년대에는 비누 치약 옷 같은 생필품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화학공학 섬유공학 전공의 문턱이 높았다. 1970년대에는 해외건설과 중화학공업 때문에, 1980년대에는 철강 조선 기계 전자 자동차산업이 뜨면서 관련 공학과 출신이 후한 대접을 받았다.

▷인기학과는 사회변화의 축도(縮圖)다. 산업화가 이루어져 정보화로 나아가고,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추구하면서 이공계의 퇴조가 시작됐다. 외환위기 때 ‘사내(社內)정치’에 약한 기술직 전문직 연구원부터 잘린 탓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제는 대졸 청년이 높은 보수의 유명 기업에만 몰리던 것도 옛 이야기다. ‘평생 일자리’를 선호해 사범대 교육대의 인기가 치솟고 자격증 따내는 학과를 쳐준다. 참살이 바람을 타고 한의대 합격점수가 아주 높다.

▷21세기에 각광받을 산업으로 미용 건강 분야가 꼽힌다. 이를 반영하듯 얼굴경영학과, 피트니스건강관리과, 웰빙건강관리과, 보건허브과, 차(茶)학과, 순결학과, 병원코디네이터과에서부터 아로마테라피 요가 등을 가르치는 웰빙테라피과에 이르기까지 어지러울 정도다. 그 밖에도 이종격투기과, 특수탄약과, 골프경기지도과, 보석감정딜러과 등이 생겨났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새 전공이 늘고, 인기를 끌수록 좋은 일이다. 청년을 병들게 하고 국가 사회를 허약하게 하는 ‘청년실업’을 줄이는 새 처방이 돼 준다면….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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