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입’ 홍보맨 전성시대

  • 입력 2006년 2월 27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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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홍보맨’들이 신이 났다. 하루가 다르게 ‘주가(株價)’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홍보 파트는 회사 안에서 가급적 가지 않으려 했던 기피 업무. 홍보담당자들의 입지도 약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 이미지와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홍보맨들의 위상이 급상승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생각하기 쉽지 않았던 사장 승진자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

○ 대신증권은 부회장 승진도

24일 포스코 이사회에서 윤석만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또 한 명의 홍보 출신 사장이 탄생했다. 그는 32년간의 회사 생활에서 26년간 직간접으로 홍보업무를 맡은 포스코 홍보의 산증인이다.

윤 사장 말고도 최근 1, 2년 사이에 홍보 출신 사장들의 등장이 부쩍 눈에 띈다.

홍보 임원 출신으로 현재 가장 높은 직급까지 승진한 사람은 김대송 대신증권 부회장. 1990년대 초반 양재봉 창업주의 ‘특명(特命)’으로 홍보상무를 맡아 대신증권 이미지 쇄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 그는 사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부회장으로 승진해 기업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홍보맨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 홍보실장 출신인 최한영 사장은 2004년부터 사장급으로 승진한 뒤 전략조정실장을 거쳐 현재 상용사업담당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은 물러났으나 지난해 김익환 기아자동차 홍보실 부사장 겸 국내영업본부장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LG전자 홍보팀 부사장을 맡았던 김영수 사장은 지난해부터 LG스포츠 대표이사 사장으로 스포츠단을 총괄하고 있다.

한화그룹에서는 구조조정본부 홍보팀장 출신인 남영선 ㈜한화 화약부문 사업총괄 임원이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남 사장에 앞서 홍보팀장을 지냈던 정이만 사장은 한컴 사장에 이어 2004년부터 63시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주요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사장급 홍보책임자도 탄생했다. 주인공은 김진 사장. 그는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 사장 겸 그룹홍보실 사장이 돼 주목을 받았다.

당시 재계에서는 ‘형제의 난’으로 대외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두산이 홍보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 충성도도 높이 평가

회사 안에서 입지가 탄탄해 앞으로 승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홍보맨도 많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이순동 부사장은 지난해 ‘X파일 사건’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앞으로 사장 승진이 유력시된다. LG그룹과 LG전자의 홍보를 총괄하고 있는 정상국 부사장도 업무 추진 능력이 뛰어나고 대내외의 평가도 좋아 1, 2년 안에 사장 승진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이용훈 부사장과 효성의 엄성룡 전무, 포스코 김상영 상무, 동양의 김영훈 상무 등도 주목받는 임원으로 꼽힌다.

최근 홍보맨들의 중용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기업이미지와 대외 업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 김현석 홍보상무는 “기업이 일만 잘해서는 소용없고 이를 잘 알리고 기업 이미지를 높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또 언론 관계 등 기업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과의 대외 업무가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홍보맨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특성상 이들의 조직 충성도가 남다르다는 점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홍보맨 출신 주요임원

연령주요 경력
김대송 대신증권 부회장58세홍보상무 영업총괄전무, 사장
윤석만 포스코 사장57세홍보실장, 마케팅 부사장
김영수 LG스포츠 사장56세회장실 홍보이사LG전자 홍보팀장(부사장)
남영선 ㈜한화 사장53세한화종합화학 인사팀장한화 구조본 홍보팀장
김진 두산 사장53세동양맥주 영업 마케팅 담당현 두산베어스 사장 겸 두산 홍보실 사장
이순동 삼성 부사장59세중앙일보 기자, 삼성전자 상무 전무
이용훈 현대차 부사장56세현대차 대외협력팀장현 전북현대모터스 축구단장
정상국 LG 부사장53세LG 부장 상무, LG경영개발원 부사장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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