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주년을 맞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전문

  • 입력 2006년 2월 26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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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와대에도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기운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모두 봄기운이 느껴지시지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바뀌고 찾아오는 계절이지만 올해는 특별하고 남다른 감회에 젖습니다.

제가 국정을 맡아온 지도 이제 3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3년의 크고 작은 일들이 빛바랜 흑백영화처럼 지나갑니다. 벌써 3년이 되었나 하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아직도 2년이나 남았나 하는 분들이 더 계시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어려울수록 원칙 지키려 노력

지난 3년, 저로서는 나름대로 분명한 국정원칙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저와 참여정부에 불만과 반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매달 저에게는 여론조사비서관이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합니다. 저와 정부에 대한 지지도와 함께, 국민의 바람과 불만의 소리가 여과 없이 기록돼 있습니다. 집권 초부터 국민들의 가장 큰 바람은 경제문제였고, 불만은 대통령이 민생 문제로 고통받는 서민의 심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고통스런 일이었습니다. '백성들이 배부르고 등 따시게 하는 것'이 정치의 첫 번째 과제라는 사실은 저도 잘 알고 있는 일입니다. 많은 분들로부터 '경제만 풀리면 대통령 지지도는 걱정할 것 없고,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니 경제에 전념하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불황을 타개할 긴급처방을 하라는 충고들이었습니다.

언론이나 정치권 역시 경제위기, 파탄지경인 민생을 극복하기 위해 '근본대책'을 세우라고 다그쳤습니다.

저 역시 심각한 불황국면을 지켜보면서 속이 탔습니다. 청와대 정책참모들과 경제장관들에게,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킵시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합니다. 여론이 경제를 살리지는 않습니다. 중장기적인 체질강화가 중요합니다. 단방약보다는 보약을 쓸 때입니다."라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 3년, 국민의 힘으로 한고비 한고비 극복

되돌아보면 2003년은 IMF 위기 직전과 같은 경제의 불안과 불확실성이 뒤엉킨 한 해였습니다. 이미 2002년 후반기부터 증폭된 북핵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우리의 해외조달 자금의 가산금리가 197bp까지 치솟았습니다. 사실상 우리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이 중단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여기에 SK글로벌 사건이 터졌고, 90조원에 달하는 카드채 위기까지 잠복돼 있었습니다.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연체에 따른 신용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어떤 달엔 20∼30만명씩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1년부터 여관, 모텔, 사우나, 주택자금 등으로 대거 몰렸던 은행 대출이 경기침체와 함께 만기일이 한꺼번에 다가오면서 또 다른 금융위기를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놓고 말을 할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위기의 진상을 말하는 순간 우리 경제는 다시 97년 상황을 뛰어넘는 엄청난 국면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대선자금 수사까지 겹쳐 감내하기 힘든 정치적 고통이 계속되었습니다.

날마다 참모들과 경제위기 타개 방안을 논의하면서도 너무나 무거운 짐에 가위눌린 것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때로는 제 운명에 절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2004년 탄핵 때는 차라리 제 정치적 운명이 거두어지기를 바랐던 것이 솔직한 심경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고비 한 고비 어떻게 극복했는지 꿈만 같기도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노력하고 도와주신 덕에 북핵 위기, 카드채문제도 하나하나 해소되었고, 이제는 국제사회의 코리안 리스크도 사라지고, 신용불량자도 거의 정상수준으로 회복되었습니다. 금융기관의 목을 조르던 가계대출 문제도 정상화되었습니다. 소비를 짓누르던 가계 부채가 해소되고 모든 경제위기의 시발점인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결국 국민 여러분의 힘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국민 여러분이 다시 나라를 일으켜 세우신 것입니다.

양극화 해소 없이는 국민의 삶 행복해 질 수 없어

북핵위기와 경제위기 국면을 타개했다는 자신감과 우리 경제의 안정적 전망이 서기 시작한 2005년 초부터 저는 새로운 모색에 들어갔습니다. '동반성장'과 '선진한국'이라는 두 가지 명제였습니다.

북핵위기와 경제위기, 그리고 정치적 위기라는 세 가지 위기 국면을 넘겨놓고 보니 우리 사회에 내재된 본질적 문제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005년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바로 '동반성장'과 '선진한국'으로 가기 위한 전략을 만들 것을 참모들에게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참모들로부터 올라온 갖가지 보고서를 살펴보았습니다.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첨단 대기업과 전통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문고소득 자영업과 영세 자영업 등 경제적 측면에서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이러한 경제적 양극화가 교육기회의 양극화, 사회재생력의 양극화, 문화적 양극화로 이어지는 심각한 악순환 구조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지 않고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도 어렵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되어도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딴 나라 이야기가 된다면 그것은 소외와 갈등, 절망을 불러올 뿐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통합의 공동체마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사회적 양극화 현상은 90년대 들어 세계화, 개방화, 정보화 추세 속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들의 일반적 현상인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일본에서도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여론이 70%를 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보았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뒤 미국사회에 숨어 있던 양극화 현상이 드러나면서 큰 파문을 던졌습니다. 지난해 말 프랑스 사회를 불안케 했던 소요사태도 인종적 갈등과 양극화 현상이 함께 표출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이들 선진국들은 경제사회적 대비와 축적이 수십 년 전부터 이뤄져 왔기 때문에 국가적 위기요인으로는 인식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다져온 복지체계와 사회안전망 등 국가와 시장의 공조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양극화는 불균형성장과 IMF 위기의 후유증

우리는 다릅니다.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의 원인(遠因)은 70∼80년대의 불균형 압축성장 전략에 있지만, 이토록 심각해진 결정적 계기는 97년 IMF 위기였고, 그 후유증의 결과입니다.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는 모든 통계와 지표가 이를 증명합니다.

벌써 잊혀가고 있지만 IMF 금융위기는 경제적으로 6.25이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수십 개 대기업과 금융기관, 수많은 중소기업이 졸지에 부도와 파산에 몰렸습니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나라의 금고엔 달랑 수십억 달러 밖에 남지 않아 당장 식량과 석유수입이 끊길 판이었고, 금리와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젖먹이 우유를 구하지 못해 구멍가게에서 분유 몇 통을 훔쳤던 어느 가장의 사연에 온 국민이 눈물을 흘렸던 것이 바로 8년 전 일입니다. 그렇게 직장에서 거리로 쫓겨난 수많은 사람들은 결국 생계를 위해 음식점과 구멍가게 같은 영세 자영업과 택시기사, 비정규직과 일용직 등으로 몰렸습니다.

반면에 구조조정과 공적자금을 통해 IMF 위기를 견뎌낸 기업과 금융기관 등은 엄청난 경쟁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자산가들과 신금융기법, 정보화 마인드로 무장한 벤처기업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신자산가 층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IMF 위기 극복의 주역이 되었고, 지금도 우리 경제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IMF 위기는 대다수 서민층에겐 초과공급 속에서 더욱 치열한 생존경쟁을 맞게 했고, 반면에 중산층 이상 계층에겐 새로운 경쟁력을 가져다준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양극화는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남의 일 아니다

이 같은 양극화 구조 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또 하나의 위기요인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추세입니다. 특히 고령화추세는 심각한 양상입니다.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에서 50∼100여년 걸려 나타난 고령화(65세 이상 인구분포가 7%→14%로 확대) 기간이 우리는 단 18년 만에 다가오게 되어 있습니다.

양극화 문제의 구조화와 함께 다가오는 급속한 고령화 추세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연금·의료보험, 간병제도, 노인요양시설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나고 있는 급속한 고령화는 사회적 위기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미래의 문제이면서 오늘의 문제입니다. 바로 지금 40∼50대가 10∼20년 후면 당면할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또한 양극화와 함께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신빈곤층으로 전락한 서민계층이 양극화 해소 과정을 통해 안정된 생존 활로를 찾아야만 수출로 버텨가는 경제가 내수에서도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서민경제는 내수경기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고령화 시대라는 미래의 삶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면, 한참 일하고 구매력이 풍부한 40∼50대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안정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경제가 아무리 대외경쟁력을 갖추어도 내수의 불황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이 지난 10여 년간 장기불황을 겪은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국가경쟁력이나 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이 안돼서가 아닙니다. 정부까지 소비를 부추겼지만 일본인들은 저축만 했습니다. 개인의 미래가 불안하면 국민경제는 정상적으로 지속될 수 없습니다.

국가적 과제, 여야 함께 풀어보려 '대연정' 제안

이런 저런 고민과 모색 속에서 2005년 초반을 보냈습니다. 아직 경기호전의 징표가 분명치 않고, 대다수 서민들이 여전히 민생의 어려움에 처한 현실에서 이런 저의 고민을 말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가오는 4·30 보궐선거는 더욱 저를 움츠리게 만들었습니다.

보궐선거 결과로 다시 여소야대가 되었습니다. 이 중차대한 문제를 풀어가기가 더욱 어렵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덮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현실의 하루하루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고 미래의 비전도 중요하지만, 이미 눈앞에 드러나고, 조만간 다가올 미래의 위기를 못 본 체 하거나 미룰 수는 없었습니다.

궁리 끝에 찾아낸 것이 대연정이었습니다. 여야를 떠나 정치인이라면 이 같은 국가적 고민과 과제를 회피할 어떤 정파도 있을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여야가 함께 풀어야 하는 시대적 공통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연정은 노선과 정책이 다른 제1당과 2당이 합당을 하지 않으면서도 정책적 공조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이 채택하여 성공을 거둔 방식입니다. 사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경우 지지기반과 성립과정에 따른 정치적 노선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의 실현을 위해서는 서로 타협할 수 있는 여지도 많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연정'은 정당 간에 크게 주고받는 정치협상입니다. 빅딜입니다. 저는 양극화문제와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비라는 정책과제를 함께 풀기 위해 국무총리와, 국방·외교·통일 분야를 제외한 내각을 한나라당에 넘겨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대신 우리 정치의 오랜 고질인 지역구도를 해소할 선거구 개편을 받아낼 수 있다면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의 결심이라고 해서 혼자 할 수는 없었습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제 생각을 털어놓았습니다. 사전에 시간을 가지고 준비를 갖추어 국민과 열린우리당을 설득해 보자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준비가 채 되기도 전에 대연정 구상이 언론에 터졌습니다. 그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다시 설명드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 일로 저는 많은 상처를 입었고, 국민들에게도 대통령으로서 많은 신뢰 훼손을 끼쳐 드렸습니다.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대연정'제안은 의욕이 앞선 채 치밀한 준비가 부족했던 제 자신의 실책이었습니다. 지혜가 부족했던 제 자신을 책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금도 한나라당이 왜 대연정을 거부한 것인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양극화 극복과 미래 대비, 보수-진보와 여-야가 따로 없다

2005년이 지나고 200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제 남은 2년,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까를 놓고 다시 참모들과 토론했습니다.

참모들 중에는 새로운 어젠다(議題)를 내놓는 것보다 지금까지 벌여온 과제와 성과들을 마무리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를 괴롭혔던 내수 불황도 풀리는 조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확연히 나타나고 있고, 올해는 그 추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들었습니다. 지난 해 4/4분기 5.2%를 보인 GDP 성장이 올 1/4분기에는 그 이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소비자기대지수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모든 경기 지표가 수개월째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문제 역시 8.31 대책의 후속관리만 집중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그동안 원칙을 지켜온 경제정책의 효과가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었습니다. 또 내년부터 행복도시와 전국 10개 혁신도시, 5∼6개 기업도시가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가면 내수경기의 과열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중장기적 경기관리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올해부터는 대통령 지지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 정치적 논쟁을 유발할 새로운 과제는 피해야 한다는 계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양극화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부의 결단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결단을 내려야 할 일입니다. 심각한 양극화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사회라는 두 개의 시한폭탄을 제거하자는 데는 여야도, 보수나 진보도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물론 원인과 해법에 생각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진정한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미루거나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이 문제만은 정부와 여야, 학계, 언론, 시민사회 등 모두가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토론과 논쟁은 치열할수록 해법은 분명하게 잡힐 수 있습니다. 정확한 실태와 사실에 근거한 논거로 책임 있게 공론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먼저 할 것

정부가 할 일은 먼저 하겠습니다. 정부조직의 효율성을 다시 점검하겠습니다. 조직과 예산구조를 다시 점검하여 복지와 미래대비 부분 등 더 써야 할 부분과 절약할 부분을 가려서 효율성을 최대로 높여 나갈 것입니다.

특히 국민들이 낭비예산이라고 지적하는 사항은 면밀히 검토해서 반드시 시정토록 하겠습니다. 실제 참여정부는 지난해부터 톱다운 방식의 예산제도를 도입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세출 구조조정을 강력히 시행해 왔습니다.

아울러 숨겨져 있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세원 발굴에 강력히 나서겠습니다. 근로자들과 서민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공평과세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경제규모나 국민수준, 날로 높아지는 국민들의 복지 수요, 그리고 심각한 양극화 문제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려면 보다 많은 재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뿐이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시민사회는 일이 터질 때마다 끊임없이 정부의 대책과 역할을 요구합니다. 치안서비스, 국방, 식품안전, 보건위생, 교육, SOC 역시 국가적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완전해야 될 분야입니다. 이 또한 국가 재정지출을 요구하는 일들입니다.

세금 논쟁으로 몰지 말고 문제의 본질 위해 머리 맞대자

우리 언론과 국민여론은 재정을 절약하고, 감면을 축소하고, 숨겨진 세원을 발굴하면, 세금이나 보험료를 더 내거나, 빚을 내지 않아도 문제해결이 가능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당장 돈을 더 내거나 빚을 내자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계산은 해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로부터 어느 정도의 서비스를 받기 원하는지, 앞으로 국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한 재정이 필요할 것인지, 재정 절약이나 세원 발굴로 얼마만한 재정이 충당될 수 있을 것인지, 모자라면 얼마나 모자라며 이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를 계산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은 누가 얼마나 내고 누가 얼마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누가 얼마나 더 내고 누가 얼마나 혜택을 보게 될 것인지를 계산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금을 내는 사람이 누리는 국가적 서비스는 어떤 것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세금을 올리자는 것이냐? 근로자가 봉이냐?"하는 방향으로 논쟁을 몰아가면 우리는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문제에 접근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세금을 더 내는 결단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문제의 본질에 책임 있게 다가서는 결단을 하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그렇게 하자는 것입니다.

남은 2년, 열심히 하겠습니다. 결코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성공한 대통령보다 원칙과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일한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6년 2월 25일 아침

대통령 노 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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