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 “KT&G주당 6만원에 2조규모 공개매수”

  • 입력 2006년 2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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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경영권 공격에 나선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씨 측이 주식 공개매수를 통한 KT&G 인수합병(M&A)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실제 공개매수보다는 단지 시세차익을 챙기거나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술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거래합의 땐 이사추천 철회”

KT&G는 24일 공시(公示)를 통해 “아이칸 씨 측이 주당 6만 원에 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23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는 23일 KT&G의 거래종가(5만1200원)를 약 17% 웃도는 금액이다.

아이칸 씨 측은 이 서한에서 “우리들은 공개매수를 위해 2조 원을 마련했으며 KT&G가 이 거래에 합의할 경우 이사후보 추천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돈이면 아이칸 씨 측은 KT&G의 지분 20%가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이칸 씨 측은 또 “곽영균 사장이 보여 준 최근의 행동들은 주주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KT&G의 장기적 성공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KT&G의 주주총회에 대한 이사선임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KT&G의 답변 시한을 28일까지로 못 박았다.

이에 대해 KT&G는 “현재까지 제안서의 진의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며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정에서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식 매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아이칸 씨 측이 ‘초강수’를 둔 것은 다음 달 17일 열릴 주총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6.19%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로 매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개매수를 하려면 금융감독원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적어도 2개 일간지에 매수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칸 씨 측은 이런 절차 없이 KT&G에만 제안서를 보냈다. 제안서에는 구체적인 매입 수량이나 대상, 방법도 명시돼 있지 않다.

또 이들이 제시한 가격도 주주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삼성증권 신원정 M&A파트장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 만일 실제로 공개매수에 들어간다면 6만 원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이칸 씨 측이 M&A가 아닌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주총에서 자신들의 이사 후보가 선임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경영 간섭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경우 KT&G와의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이날 KT&G의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다 전날보다 5800원 오른 5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공개매수 (Take over bid)::

특정 기업의 경영권 획득을 목적으로 주식의 매입기간과 가격 등을 공고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제도. 단기간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적대적 M&A에 종종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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