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술교육 세계적”…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남아 유학생들

  • 입력 2006년 2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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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에 유학 온 조시바(필리핀), 빅치투이(베트남), 켄 완티(캄보디아), S반스 씨(베트남·왼쪽부터). 홍진환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유학 온 조시바(필리핀), 빅치투이(베트남), 켄 완티(캄보디아), S반스 씨(베트남·왼쪽부터). 홍진환 기자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6·25전쟁을 소재로 한 무용작품을 본 적이 있어요. 제 고향 캄보디아가 생각나더군요. 저도 캄보디아에 돌아가 훌륭한 현대 무용가가 되고 싶습니다.”

훤칠한 키에 커다란 눈망울이 인상적인 캄보디아 유학생 켄 완티(23·캄보디아 왕립대 2년 휴학) 씨. 겨울방학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예종) 무용원 연습실에서 계절학기 수업을 받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음악원에서 연습하고 있는 성악과 학생과 다큐멘터리 제작에 한창인 방송영상과 학생 중에도 이국적인 외모의 동남아 유학생들이 여러 명 눈에 띈다.

이들은 2004년 10월부터 예종이 운영하는 ‘아시아 우수 예술인력 유치 프로젝트(AMA·Art-Major Asian Scholarship)’ 참가자들로 동남아 각국의 예술영재 중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학생들. 가요나 드라마 등 대중문화로 촉발된 한류(韓流) 붐이 성악, 무용, 연극, 미술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까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현재 예종의 동남아 유학생은 베트남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중국 몽골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서 온 38명. 2004년 10월에 1기생 17명이, 지난해 8월 2기생 21명이 입국해 학부과정(예술사)과 석사급(전문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항공료와 등록금, 생활비, 기숙사비, 한국어 연수 비용 등을 합쳐 1인당 연간 1800만 원을 전액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오게 된 계기에 대해 영화, 드라마, 월드컵 등을 통해 각인된 한국문화의 신선한 이미지가 다양한 예술에까지 이어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왕량후이(24·애니메이션 예술사 과정) 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의 경기 모습을 보고 ‘한국의 힘’을 느꼈다”고 말했고, 베트남 출신인 R반스(22·연극원 연기전공) 씨는 “한국 영화를 보고 ‘한국은 정말 재미있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원에서 합창 지휘를 전공하는 조시바(32·필리핀·전문사 과정) 씨는 “처음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도 구별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가야금 소리도 구분해 낸다”고 말했다.

예술분야의 해외 유학생 엘리트 양성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 호주 영국 등 각국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문. 특히 일본은 1983년 ‘유학생 10만 명 유치계획’을 세워 2003년에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한국의 AMA프로젝트 장학생 선발을 위해 베트남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전국 경시대회를 열고 있다.

하노이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빅치투이(28·성악과 전문사 과정) 씨는 “한국은 동양음악은 물론 서양음악까지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며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해 베트남에 가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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