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여학생의 안타까운 죽음…하숙집서 의문사

  • 입력 2006년 2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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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시간씩 자며 공부해 들어간 대학인데….”

중국동포 박영분(朴英芬·47·여) 씨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외동딸 강단청(姜丹靑·21·사진) 씨의 영정 앞에서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지린(吉林) 성 출신인 강 씨는 우수상을 받으며 고교를 다녀 명문 칭화(淸華)대에 지원할 만큼 성적이 뛰어났다. 하지만 전국대학입시통일시험(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국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계 기업에서 일하려는 계획이었다.

박 씨는 “딸이 다른 명문대나 미국 유학을 갈 수도 있었지만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을 알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2005년 1월 입국해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다녔다. 1년 만에 우수상을 받고 졸업한 강 씨는 지난해 8월 연세대 수시모집에서 경영계열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강 씨는 14, 15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뒤 자취를 감췄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친구가 19일 오전 1시경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강 씨의 원룸 하숙집을 찾았을 때 그는 차디찬 시신이 돼 있었다. 경찰은 강 씨가 15일 오후 10시경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강 씨의 일기장에는 “자꾸 어머니가 생각난다. 보고 싶다”고 쓰여 있었다.

23일 입국해 딸의 시신을 확인한 박 씨는 망연자실했다.

경찰은 하숙집 방에 깨진 접시와 핏자국 외에는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고 시신에 외상이 없는 점으로 미뤄 강 씨가 지병으로 숨졌거나 독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병치레 한 번 없이 건강했다”는 유족의 말에 따라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기로 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홍해인(연세대 국어국문학과 3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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