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황새야, 돌아오렴”… ‘지붕 위의 수레바퀴’

  • 입력 2006년 2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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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수레바퀴/마인데르트 드용 글·모리스 센닥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372쪽·9500원·비룡소(초등 5년 이상)

황새는 어디로 갔을까. 이 이야기는 이런 물음에서 시작됐다. 다른 마을은 해마다 황새가 와서 둥지를 트는데, 리나네 마을에는 황새가 찾아오질 않는다. 그래서 리나는 ‘황새를 아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우리 마을에 황새가 온다면 황새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겁니다”라고.

이 책은 아동문학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저자 마인데르트 드용은 뉴베리상뿐만 아니라 안데르센상, 칼데콧상 등 유명한 아동문학상을 두루 받은 작가다. 이 책은 작가의 고향인 네덜란드 바닷가의 쇼라 마을이 배경이다. 바닷가의 날씨와 부두 풍경, 어촌 사람들의 생활이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선생님은 “왜 그런지 자꾸 생각하다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리나와 친구들은 황새가 다시 마을에 살게 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황새가 지붕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지붕 위에 수레바퀴를 올려놓는 일이다. 수레바퀴를 찾으러 온 마을을 헤매던 아이들은 버려진 배 안에서 수레바퀴를 찾아낸다.

아이들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노력을 더해 기적 같은 일을 이루어 간다. 황새가 마을에 살게 될 거라는 기대에 들뜨다가 수레바퀴를 찾지 못해 울적해하기도 한다. 애써 찾아낸 수레바퀴를 지붕 위에 올려 달라고 어른들을 조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섬세하고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단순히 황새를 찾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런 노력 속에서 사람들 간 화합과 소통도 피어난다. 황새가 오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려고 돌아다니면서 리나는 ‘공손히 인사한 것 말고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시블 할머니와 친구가 된다. 사고로 다리를 잃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던 야뉘스 아저씨는 집으로 수레바퀴를 찾으러 온 아이들 덕분에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철없어 보이는 아이들의 바람을 들어 주기 위해 어른들이 발 벗고 나선다. 잔소리꾼 엄마들과 무뚝뚝한 아빠들이 소매를 걷고 수레바퀴를 지붕 위로 올리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면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러면서 쇼라 마을 사람들은 세대 간, 이웃 간 서먹한 감정을 풀고 하나가 됐다.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열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보여 주는 작품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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