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도 스트레스-식생활 잘 다스릴수록 장수”

  • 입력 2006년 2월 24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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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왕도 현대인처럼 스트레스와 식생활을 잘 다스릴수록 오래 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올해 동의대 대학원 한의학과 이해웅(李海雄·한의사·35) 씨의 박사학위 논문인 '조선시대 현종, 숙종, 경종, 영조의 질병에 대한 연구'에 들어 있다. 이 씨는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왕의 질병을 연구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33세에 숨진 18대 임금 현종(1641¤1674)은 즉위 직후 아버지 효종대왕의 장례와 관련된 논쟁에 빠져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이 씨는 현종이 독살됐다는 설이 있지만 질병기록으로 볼 때 병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현종은 안질과 종기, 천식에서부터 간장 신장 근골격계 등 신체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질환을 앓았다. 이 씨는 안질과 종기 치료과정에서 패혈증 등 합병증이 현종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종기는 조선시대 임금들에게 자주 발견된 질병"이라며 "현종은 과도한 정신적 압박감과 허약한 신체로 정기허손(正氣虛損) 증상을 보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낮았기 때문에 특히 종기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숙종(1661-1720)은 45년 9개월 동안 재위하며 60세까지 살며 장수했지만 질병에 자주 시달렸다. 주로 심화(心火), 종기, 감기 등 다양한 질병에 시달렸고 침구치료를 많이 받았다.

숙종의 화증(火症) 등은 정신적 압박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숙종은 28세 때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 곤란하며 번뇌가 심하다고 했다.

36세로 단명한 20대 경종(1688~1724)의 재위기간은 4년 2개월에 불과했다. 경종은 어머니 장희빈 때문에 어려서부터 정쟁의 희생물이 됐고, 정신적인 충격을 많이 받아 스트레스성 심장병과 식욕부진, 위장장애 등을 앓았다.

경종도 독살됐다는 설이 있지만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으로 볼 때 그 근거가 희박하며 열을 내려주는 치료약 청열하리(淸熱下利)가 체내의 전해질 불균형을 부추겨 병세가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이 씨는 추정했다.

반면 21대 영조(1694¤1776)는 조선조에서 가장 오래 산 임금으로 82세까지 장수하며 51년 6개월 동안이나 재위했는데 평소 건강에 많은 신경을 썼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조는 인삼을 많이 복용했고 술을 마시지 않았다. 또 채식을 즐기며 소식(小食)을 실천해 장수비결에 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편안한 마음과 적절한 의식주가 영조의 건강 비결이었다"며 "옛날이나 지금이나 적당한 운동과 휴식,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적 안정이 건강한 삶의 가장 근본"이라고 밝혔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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