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AI 인체 감염 사례 첫 확인

  • 입력 2006년 2월 24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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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는 가운데 AI에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첫 인체 감염 확인=질병관리본부는 국내에서 AI가 유행하던 2003년 12월부터 2004년 3월까지 닭 오리 등 가금류 도살처분에 참여했던 군인과 공무원 등 318명의 혈청으로 AI의 변종바이러스인 H5N1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4명이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24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1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이들의 혈청을 보내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를 최근 통보받았다.

이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항체가 생겼을 뿐 증세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일 뿐 환자는 아니라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이덕형(李德衡)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이들은 증상이 없고 혈청검사만 양성이기 때문에 국제보건기구(WHO)의 확진 환자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현재 4명 다 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간염항체가 형성된 사람이 간염환자가 아닌 것과 같은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도살처분에 관여했던 이들이 당시 AI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먹었으며, 도살처분이 끝난 이후에도 AI 유사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2004년 2월과 지난해 6월 AI 유행 당시에는 감염이 없었다가 혈청검사 뒤늦게 무증상 감염자 80여 명이나 발생했었다.

▽왜 2년 늦게 확인 됐나=최근 국내에 AI가 유행했던 시기는 2004년 3월. 그러나 인체 감염이 확인된 것은 유행 시기에서 2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그 이유를 감염을 확인하는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뒤져있는 데다 미국 CDC가 AI 사망자가 나온 나라부터 검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가 유행했던 2년 전에는 밀폐된 실험실과 기술이 없어 자체적인 확인이 불가능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현장에 참여한 고위험자와 유사증상자 88명의 혈청을 미국에 보냈으나 이들은 음성판정을 받았다.

기타 증상이 없거나 저위험자의 혈청은 보관하고 있다가 질병관리본부 연구 책임자를 미국으로 연수를 보내 2004년 말부터 자체적인 검사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하반기 자체 검사에서 11건의 의심환자가 나와 혈청을 미국에 보냈는데 이 중 4명이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AI 유행당시 도살처분에 참여했던 1900여 명 중 아직 혈청검사를 하지 않은 1600여명에 대해 3개월 안에 조사를 끝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미국이 당시 AI 사망자가 발생한 베트남, 태국의 항체 검사를 먼저하는 바람에 한국의 검사 순위가 뒤로 밀렸었다"면서 "일본도 2004년 2월 유행했던 AI의 감염자를 10개월 뒤 발표했다"고 말했다.

▽청정국 지위 계속 유지=한국은 최근 6개월 이상 가금류 등에서 AI가 발생하지 않아 세계수역기구(OIE)로부터 'AI 청정국'으로 분류되어 왔다.

농림부 박현출(朴玄出) 축산국장은 이날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몸에서 바이러스를 이기는 항체를 확인한 것일 뿐이므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지정하는 AI 청정국 지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농림부는 철새 도래시기에 맞춰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해 온 AI 특별방역 기간을 당초 예정대로 2월 말로 끝낼 예정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AI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특별방역 기간 이후에도 해외여행객에 대한 검역을 현재처럼 유지하고 민간인출입통제선 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도 계속할 계획이다.

한국은 2003년 말 발생한 AI 때문에 청정국 지위를 잃어 닭고기 등 해외 수출이 중단됐다가 2004년 10월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

▽지나친 불안은 금물=AI 감염자 4명 중 2명이 충북 음성군과 진천시의 공무원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2003년 AI가 발생한 농가의 가금류 살처분에 참여했던 이들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후 재검사를 위해 이들의 혈액을 채취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AI 발생 당시 도살처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이상 징후가 없었고 이번에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들도 건강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송재훈(宋在焄·감염내과) 교수도 "국내 첫 감염자 발생이라는 것 이외엔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서도 "다만 한국도 이젠 AI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AI는 사람과 사람 간에 전파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없기 때문에 이들과 접촉한다고 해서 전염될 우려는 전혀 없으며, 닭이나 오리고기를 먹는다고 감염되지도 않는다"면서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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