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北동포에 다시 복음 전해야죠”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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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신임 추기경이 23일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 집무실에서 본보 취재진과 특별 접견을 하고 “한국 천주교와 국가 발전을 위해 청년들에 대한 사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정진석 신임 추기경이 23일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 집무실에서 본보 취재진과 특별 접견을 하고 “한국 천주교와 국가 발전을 위해 청년들에 대한 사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제가 평양교구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북한 교회 재건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 국가 지도자들과 꾸준히 만나 협력을 구하겠습니다. 한두 번 만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지도자들과 수시로 만나 논의하겠습니다.”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된 정진석(鄭鎭奭·니콜라오·75) 서울대교구장은 23일 본보 취재진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 선교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추기경은 또 “한국 천주교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걸머질 청년들에 대한 사목이 중요하다”며 “요즘 청년들은 경제적인 문제 해결에 가장 우선적인 고민을 하고 있지만, 사회 전체가 청년들의 문화와 도덕, 정서적인 측면을 좀 더 풍부하게 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추기경은 최근 지역 계층 이념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사회 통합을 위해 할 일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강하게 비판했던 정 추기경은 생명 윤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추기경 서임 발표 순간부터 추기경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정 추기경은 추기경 서임 이틀째인 23일 서울 명동성당의 주교관 집무실에 머물며 각계 인사들의 축하 예방을 받았다. 정 추기경은 교계 언론이나 정관계의 축하객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여직원들의 모임인 ‘송이회’ 회원 30여 명이 집무실을 찾아와 신임 추기경을 위한 영적인 선물로 각자 ‘묵주의 기도’를 바칠 것을 약속하자, 정 추기경은 여직원들에게 평소에 사목지침으로 가장 강조하는 ‘생명 존중’의 교리를 실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 추기경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낙태가 만연해 있는데 정말 경각심을 갖고 생명을 존중하는 노력에 앞장서 달라”며 “서울대교구청의 여직원들이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있도록 교구청에서 육아에 대한 지원을 확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추기경은 이날 평생 기도로 자신의 성직자 생활을 뒷바라지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추기경은 “남을 더 배려하고 나를 덜 생각하는 삶의 자세는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자신의 추기경 서임에 대해 “나 자신의 개인적 자격이 아니라 한국 교회의 위상, 한국의 국력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두 번째 추기경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정 추기경은 아시아 선교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밝혔다. 정 추기경은 “한국의 추기경 추가 임명의 의미는 한국 교회가 아시아 선교를 위해 막중한 임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올해 서울대교구 대신학교(가톨릭대 성신교정)에 베트남 하노이교구 신학생 2명, 방글라데시 신학생 2명, 중국 신학생 2명을 받아들여 양성을 시작하며, 이른 시일 내에 몽골 등 아시아에서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힘든 나라의 신학생을 양성하는 데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반경 전화를 걸어 정 추기경의 서임을 축하했고, 오후엔 정동채(鄭東采) 문화관광부 장관이 축하 예방했다. 정 추기경은 노 대통령과 정 장관의 축하 인사에 “정부가 제2추기경 탄생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정 추기경은 이날 집무실을 찾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비서실장 유정복(劉正福) 의원에게 “사회가 어렵고 힘든 상황인데, 국민들이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도록 정치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개정 사학법 논란에 대해서도 “사학이 발전하려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고 싶은 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유 의원은 전했다.

정 추기경은 24일 오후 2시 부산에서 열리는 황철수(부산교구 보좌주교) 주교 서품식에 참석한 뒤 26일 낮 12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정 추기경은 27일 오후 3시 공식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며, 3월 5일 로마로 출국하기 전까지 축하 접견을 계속 받을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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