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화백자운룡문호’ 16억 2000만원…국내 경매 최고가 낙찰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코멘트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6억 2000만 원에 낙찰된 ‘철화백자운룡문호’. 사진 제공 서울옥션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6억 2000만 원에 낙찰된 ‘철화백자운룡문호’. 사진 제공 서울옥션
“16억2000만 원, 16억2000만 원, 더 안 계십니까? (경매사가 낙찰봉을 두드리며) 16억2000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23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 지하 1층 경매장에 모여든 200여 명의 경매 참석자 사이에선 박수와 함께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회사의 100회 기념 특별 경매에서 조선시대의 ‘철화백자운룡문호’(37.6×48.5cm)가 16억2000만 원(이하 수수료 별도)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역대 최고가 작품은 2004년 서울옥션에서 경매된 ‘고려청자 상감매죽조문매병’으로 10억9000만 원에 낙찰된 바 있다.

개인 소장자가 내놓은 이 철화백자는 왕실에서 사용했음을 상징하는 발톱이 셋 달린 용(삼조룡·三爪龍)을 그린 작품으로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반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이화여대 박물관에 소장된 백자철화용무늬 항아리(높이 45.8cm·17세기·보물 645호)나 1996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70억 원에 거래된 백자철화운룡문호(높이 48cm)보다 큰 데다, 높은 수준의 회화성과 조형성이 결합된 철화백자란 점에서 경매 전부터 고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내 경매 사상 근현대 미술품 가운데 최고가인 9억1000만원을 기록한 박수근 화백의 ‘시장의 여인들’. 사진 제공 서울옥션

이날 경매에 나온 98개의 품목 중 83번째로 등장한 철화백자의 경매 시작가는 7억 원. 이후 7억5000만 원, 8억 원 등 5000만 원 단위로 경매가격이 올라가면서 순식간에 10억 원을 넘어섰다. 처음 7, 8명의 응찰자가 나섰으나 가격이 치솟으면서 현장에 직접 나온 2명의 공개 응찰자와 전화 응찰자 등 3명으로 폭이 좁혀졌다. 이때부터 최종 낙찰이 될 때까지 세 명의 응찰자 사이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경합이 벌어져 지켜보는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였다. 결국 이 철화백자는 16억2000만 원에 전화 응찰자의 차지가 됐다. 낙찰 받은 사람은 사설박물관을 운영하는 개인 수집가로만 알려졌다.

서울옥션 이학준 전무는 “원래 12억 원 내지 13억 원에 낙찰될 것을 예측했는데 공개 응찰자가 많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가격이 훨씬 더 올라갔다”며 “일반적으로 고가 작품을 경매할 경우 입찰자들이 현장에 나오지 않는데 오늘은 직접 입찰에 나선 분이 많아 경매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있는 드라마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수근(1914∼65) 화백의 1960년대 작품 ‘시장의 여인들’(28×22cm)은 9억1000만 원에 낙찰돼 역대 근현대 미술품 경매가격 중 최고를 기록했다. 기존의 최고가는 지난해 1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시장의 여인’(30×29cm)으로 9억 원이었다. 서울옥션 측은 “지난번 작품보다 이번 그림이 사이즈는 조금 작지만 작품의 질에 따라 낙찰가격은 더 올라갔다”며 “국내 미술시장의 호당 가격이 무너지는 추세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날 서울옥션 ‘100회 100선’ 경매의 낙찰률은 78%, 낙찰총액은 83억2000만 원이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