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금메달은 ‘변칙작전의 승리’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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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이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계주에서 4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한국은 23일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시상대에 올라 꽃다발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는 전다혜 변천사 강윤미 진선유 최은경(왼쪽부터). 토리노=신원건 기자
한국 쇼트트랙이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계주에서 4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한국은 23일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시상대에 올라 꽃다발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는 전다혜 변천사 강윤미 진선유 최은경(왼쪽부터). 토리노=신원건 기자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은 상대의 허를 찌른 변칙 작전, 선수별 특성과 얼음판 상태까지 치밀하게 계산한 ‘필승 시나리오’의 결과물이었다.

● 스타트 좋은 전다혜 숨겨 두기… 중국 선수들 당황

우선 스타트. 쇼트트랙 계주에서 1번 주자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초반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여야 하기 때문. 한국은 대표선수 중 가장 체격이 좋은 전다혜(23·한국체대)를 스타트로 낙점했지만 전다혜가 훈련 중 왼 발목을 다치자 ‘히든카드’로 꼭꼭 숨겨 뒀다. 계주 결승전만을 위해 개인 종목이나 계주 준결승에는 출전시키지 않은 것.

박세우 코치는 “출발 때 전다혜가 1위로 치고 나가자 강력한 라이벌인 중국 선수가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며 “이때 이미 한국이 심리적으로 우위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전다혜가 중국과 캐나다 선수에게 밀리면서 아예 넘어지는 기지를 발휘해 재출발의 기회를 만든 것은 천만 다행스러운 일. 스타팅 이후 첫 코너링의 반 바퀴까지를 ‘아펙스 구간’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반칙에 의해 선수들이 넘어졌을 경우 재출발한다.

● 약한 4번 주자 역이용… 주력 변천사 전격 배치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날 승부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4번 주자 변천사(19·한국체대 입학 예정)가 쥐고 있었다.

1, 2번 주자를 뛰어난 선수로 배치하고 4번은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쓰는 상식을 역이용한 전략. 인코스나 아웃코스로 치고 나가는 능력이 뛰어난 변천사에게 다른 나라의 약한 4번 주자를 상대로 선두를 탈환하는 중책을 맡긴 것. 실제로 이날 한국은 선두로 치고 나간 두 차례를 모두 변천사가 만들어 냈다. 변천사 앞의 3번 주자로 최은경(22·한국체대)을 세운 것도 이유가 있었다.

최은경은 미는 힘이 뛰어나기 때문에 변천사가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최적의 선수였다.

● 얼음판 상태까지 계산… 힘 좋은 최은경 3번 주자로

특히 이날 얼음판이 물러 속도가 잘 나지 않는 상황이어서 최은경의 역할은 더욱 돋보였다. 박 코치는 “경기 전 하위권 순위결정전을 보고 얼음판이 무르다는 것을 간파했다. 최은경에게 ‘평소보다 미는 데 좀 더 신경을 써 천사에게 힘을 실어 주라’고 특별히 주문했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평소 서로 대화를 많이 하도록 강조한 것도 승리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토리노=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쇼트트랙 女3000m 계주 올림픽 4연패 꽃같은 태극 낭자들 빙판 역사 새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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