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세 공중전화’ 명퇴위기…휴대전화에 밀려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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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설치된 26만8000대의 공중전화를 관리하는 KT링커스(KT의 자회사)는 최근 서울시와 청계천 부근의 공중전화 부스를 교체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낡은 공중전화 부스가 청계천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다는 서울시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아파트 상가는 최근 상가 내 공중전화 부스를 없애 달라는 민원을 KT에 냈다. 이용하는 사람도 적은 데다 간판을 가리고 보행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1954년 등장한 후 반세기 동안 서민의 ‘입과 발’ 노릇을 했던 공중전화. 하지만 휴대전화의 빠른 보급이라는 시대상황에 따라 이제 곳곳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 휴대전화에 내몰리는 공중전화

“비가 오는 날 한 젊은 친구가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더라고요. 싼 공중전화를 코앞에 놔두고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모습을 보니 착잡했습니다.”

공중전화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오재록(吳在綠) KT링커스 과장은 “예전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시외전화 요금이 비싸다며 밖에 나가 공중전화로 걸곤 했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단지 안에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를 뜯어내라고 요구한다. 뜯어낸 자리에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설치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작년 말 현재 전국의 공중전화 대수는 총 26만8576대. KT링커스가 직접 관리하는 공중전화는 12만8098대이고 나머지 14만478대는 다방, 편의점, 유흥업소 등이 자체 관리한다. 공중전화 보급대수는 1999년(56만4054대)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1월 말 현재 3851만5541명. 휴대전화 대 공중전화 비율은 144 대 1이나 된다.

요금은 3분 기준으로 공중전화가 70원, 휴대전화는 평균 320원으로 휴대전화가 훨씬 비싸다.

○ KT와 이동통신 3사가 결손금 보전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3개 이동통신업체가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20조 원을 웃돈다.

반면 KT링커스는 지난해 858억 원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1998년 7300억 원의 매출액과 비교하면 11%밖에 안 된다.

KT링커스는 공중전화 유지 보수에 대당 월 7만 원을 쓴다. 공중전화 한 대에서 올리는 평균매출은 한 달에 5만5800원. 매출보다 유지 보수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는 셈이다.

사업성만 감안한다면 당장 공중전화 사업을 관둬야 한다. 하지만 공중전화는 국민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공익사업인 ‘보편적 역무사업’에 해당돼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에서 해마다 결손금을 일정 부분 보조해 준다.

○ 재기의 몸부림

공중전화의 쇠락은 되돌릴 수 없는 추세로 보이지만 최근에는 다소 다른 흐름도 나타난다. 일부 중고교에서 휴대전화 안 쓰기 움직임이 일고 있고 휴대전화 사용요금이 너무 많다는 의견도 나온다.

KT도 공중전화를 살리기 위한 노력에 동참했다.

이장세(李長世) KT 홍보부장은 “앞으로 공중전화를 통한 문자전송서비스(SMS)와 위치정보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전사적으로 공중전화 이용 장려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공중전화 서비스의 변천 과정>

△1954년 8월 16일: 사람이 관리하는 유인(有人) 공중전화 서비스 첫 실시

△1962년 2월 1일: 주화투입식 공중전화기 첫 설치

△1971년 3월 31일: 교환원 필요 없는 장거리자동전화(DDD) 개통

△1986년 10월 20일: 카드식 공중전화기 설치

△1988년 9월 1일: 요금 수신자부담 공중전화 서비스 개시

△1995년 2월 13일: 주화 및 카드 겸용 공중전화기 등장

△1998년 2월 16일: 걸고 받는 공중전화 서비스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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