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땡처리장 ‘김대중 센터’

  • 입력 2006년 2월 23일 0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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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습니다.”

호남권 유일의 전시컨벤션시설로 지난해 문을 연 광주 서구 상무신도심 ‘김대중컨벤션센터’가 ‘땡처리’ 행사장으로 전락했다.

▽국제적 인지도로 ‘땡처리’?=지난해 9월 개관을 앞두고 ‘광주전시컨벤션센터’는 갑자기 공식명칭을 ‘김대중컨벤션센터’(Kimdaejung convention center)로 바꿔 시민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국내 민주화에 공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 광주인데다 노벨상 수상자로서 높은 국제적 인지도를 감안할 때 그의 이름을 붙여 국내외 마케팅에 큰 도움을 받고 싶다는 현지의 요청을 당사자가 수용한데 따른 것.

그러나 이번에는 이 센터가 전혀 뜻밖의 행사를 유치해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22일부터 8일간 열리는 ‘2006 한국스포츠, 패션의류박람회’는 의류 등산 레저용품 등을 싼값에 파는 이른바 ‘땡처리전’을 방불케 했다. 센터 측은 “비수기 전시장 활용을 위해 9일간 6750만원을 받고 빌려 줬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황모(64·서구 치평동)씨는 “전 대통령의 이름도 걸맞지 않지만 1000억 원이나 들여 지은 컨벤션센터에서 이런 난장은 정말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안전관리도 ‘0점’=22일 오전 개관과 함께 둘러 본 컨벤션센터는 한마디로 상인들과 구경꾼이 등 1000여 명이 뒤섞여 소란스러운 시장바닥 그대로였다.

당초 판매키로 한 의류 레저용품 말고도 빵 과자 건어물 건강식품 등을 무질서하게 팔고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화재 연쇄압사 등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 아슬아슬했다.

우선 각 매장사이의 통로가 비좁고 동선(動線)표시가 전혀 없는데다 출입구는 단 한 곳에만 설치했다. 센터 측은 “관리직원 50여 명을 현장에 배치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출구를 안내할 안전요원은 찾기 어려웠다. 마치 ‘미로찾기’식 행사장에 시민들을 밀어 넣어 매출을 높이겠다는 생각만 앞섰을 뿐 지난해 10월 상주운동장 참사와 같은 대형안전사고에는 대비책이 없는 듯이 보였다.

한 주부는 “중간에 빠져 나가려 했으나 출구를 찾지 못해 20분이 넘게 걸렸다”며 “아이들까지 뒤섞인다면 큰 사고가 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센터 측은 21일 ‘대시민사과문’을 내고 “140만 광주시민과 김대중 전 대통령, 광주시 등 관련기관에 누를 끼쳤다”며 “향후 이 같은 행사을 절대 불허할 방침이지만 이번 행사는 예정된 만큼 중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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