貿協 새회장 ‘숙제’안고 출발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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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정기 총회에서 중소무역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무역인포럼’ 곽재영 대표(손을 든 사람)가 “무협의 회장 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강병기  기자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정기 총회에서 중소무역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무역인포럼’ 곽재영 대표(손을 든 사람)가 “무협의 회장 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강병기 기자
석연찮은 진행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무역협회 제26대 회장에 이희범(李熙範)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선임됐다.

동미레포츠 김연호(金連浩) 회장이 중소무역업체 대표로 출마를 선언해 무역협회 사상 첫 경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후보 재청(再請)을 받지 못해 표 대결은 무산됐다.

그러나 무협 측이 총회 진행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의 회장 선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파행적인 진행을 하는 등 소수파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이변은 없었다

무협은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총회를 열고 회장단이 추대한 이 전 산자부 장관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에 따라 1991년 남덕우(南悳祐) 전 총리를 끝으로 민간기업인 출신이 맡아왔던 무협 회장직을 다시 관료 출신이 맡게 됐다.

이번 총회는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동미레포츠 김 회장이 후보로 나서고 대기업 중심의 협회 운영에 반대하는 중소수출업체 모임인 ‘한국무역인포럼’이 김 회장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무역인포럼은 중소 무역업체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2617장의 위임장을 확보하는 등 급속히 세를 불렸으나 협회의 조직적 대응을 감당할 수 없었다.

무협 사무국은 예상과 달리 포럼 측 세력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자 21일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위임장 추가 확보에 들어가 포럼 측의 3배에 이르는 6671장의 위임장을 확보했다.

○ 석연치 않은 회장 선출 과정

그러나 이날 총회는 이 전 장관을 반대하는 회원과 지지하는 회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지면서 시종일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무협 정관에는 회장 후보 추천 절차나 투표 절차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어 곳곳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실제로 김 회장이 무협 회장 후보로 정식 추천됐음에도 지지 발언이 없어 아예 후보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의 지지 발언자로 지명된 사람이 엉뚱하게 이 전 장관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장내가 술렁거리는 사이에 김재철(金在哲) 무협 회장이 이 전 장관의 회장 선출을 선언했다.

총회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비록 위임장 수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일단 후보가 추천됐으면 경선까지는 갔어야 했다”며 분개했다.

○ 갈등 봉합…무협의 새로운 과제

비록 중소무역인들의 ‘반란’은 실패로 끝났지만 2600여 표의 위임장이 모였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인터넷카페 형태의 소모임으로 출발한 무역인포럼에 짧은 기간에 이토록 많은 지지표가 몰린 것은 그만큼 중소수출업체들의 무협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중소수출업체 A사의 박모 대표는 “무협이 자산 부풀리기 등 덩치 키우기에만 치중하고 수출업체를 지원하는 본연의 책임은 소홀히 해왔다”면서 “평소 꾹꾹 눌러왔던 무협의 운영 행태에 대한 불만이 이번에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李신임회장 “비판한 분들 의견 듣겠다”▼

이희범(사진) 신임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회장으로 선임된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곳에 오는 길이 무척 멀고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논란의 원인을 제공해 죄송하다”며 조만간 중소무역인들과 만날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회장 선출 과정에서 반발과 불만이 많았다.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

“총회에서 반대의견을 냈던 분들을 이른 시간 안에 만나겠다. 회원사 중 수혜를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경우도 있고 운영 방식에 대한 만족도도 다를 것이다. 하고 싶은 얘기를 못했던 회원사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공통분모를 찾겠다.”

―관료 출신으로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된다.

“무조건 ‘단소리’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듯 쓴소리만 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무역업계에 이익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정부에 건의하겠다. 업계 이익이 된다면 정부기관과 협력하고 필요하면 쓴소리도 하겠다.”

―협회 운영방안은….

“환율, 고유가, 지역주의, 새로운 통상질서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협회가 무역인의 조직으로 거듭 나도록 하겠다. 무역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

▽이 신임 회장 약력 △경북 안동 (57세)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제12회 행정고시 합격 △산자부 산업정책국장 차관보 차관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서울산업대 총장 △산자부 장관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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