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공부 어렵네” 헤니 내달 6일 KBS ‘봄의 왈츠’ 출연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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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의 ‘헨리’ 시절보다 한결 유연해진 다니엘 헤니. ‘봄의 왈츠’에서 겉으로는 유머러스하지만 슬픈 가족사의 과거를 감춘 내면연기를 펼쳐야 하는 것이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사진 제공 KBS
‘내 이름은 김삼순’의 ‘헨리’ 시절보다 한결 유연해진 다니엘 헤니. ‘봄의 왈츠’에서 겉으로는 유머러스하지만 슬픈 가족사의 과거를 감춘 내면연기를 펼쳐야 하는 것이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사진 제공 KBS
다니엘 헤니(27)와도 싸움을 할 수 있을까? 천장이 무너져도 미소를 지으며 “먼저 피하시죠”라고 부드럽게 말해 줄 것 같은 남자. 안면 근육 전체를 움직이며 활짝 웃는 미소로 2005년 한국 여성들을 열광시켰던 그 다니엘 헤니와 말이다. 지난해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헨리 역으로 등장한 다니엘 헤니는 여성들의 이상이었다. 조각 같은 얼굴에 188cm, 73kg의 늘씬한 몸매. 여기에 ‘소유욕’ 없는 사랑으로 한 여자를 지키는 순정파 젠틀맨. 그가 구축한 이미지는 수많은 광고에 차용됐고 그에게 명성과 부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다니엘 헤니에게는 그 이미지가 ‘굴레’다. 20일 오후 서울 홍익대 인근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KBS 드라마 ‘봄의 왈츠’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그는 “지금껏 내게 맞춰진 한정된 역만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기서 벗어나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다니엘 헤니는 ‘내 이름은 김삼순’ 때와는 달라져 있었다. 다소 수줍어하던 모습은 사라졌고 더욱 여유롭고 댄디한 모습이다. 다음 달 6일 처음 방영되는 ‘봄의 왈츠’는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로 이어지는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 완결 편으로 오스트리아의 자연과 한국의 봄을 배경으로 네 남녀가 펼치는 순애보를 그린다.

“피아니스트 윤재하(서도영)의 글로벌 매니저 필립 역을 맡았다. 이번에도 외국인(오스트리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다. 필립은 근사한 외모와 매너, 뛰어난 유머 감각에, 교육도 잘 받고 음악을 사랑하고… 나 같지 않나?(웃음)”

하지만 이번 드라마가 자신을 배우로 평가할 작품이라는 것을 직감한 듯 눈빛에는 긴장이 역력했다.

“‘김삼순’의 헨리는 유년기 없이 바로 등장하지만 필립은 어릴 때 부모와 갈등을 겪고 자라나 상처를 가진 인물이다. 과거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내면 연기가 필요하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이번 연기에서는 그가 본격적으로 선보일 한국어 대사가 관심사다. 만일 그가 어눌한 한국어 연기로 일관한다면 대중으로부터 ‘최초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드라마 초반에는 외국에서 자랐다는 배역 설정 때문에 ‘시원해’, ‘이상해’ 정도의 말만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국어보다 낮은 수준이다. 편한 대화는 60% 정도 알아듣는데…. 중반부터는 긴 한국어 연기를 선보일 것이다. 길게 표현하는 게 솔직히, 아직은 힘들다. 계속 말하다 보면 연기에 몰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는 한국어 대사를 익히기 위해 주로 노래를 듣고 따라 불렀다고 했다. 윤도현의 ‘사랑2’, 밴드 ‘델리 스파이스’의 ‘차우차우’, 이승철의 ‘희야’ 등이 애창곡이다. 그는 “윤석호 PD의 ‘가을동화’ ‘겨울연가’도 자주 봤다”며 “미묘한 감정 연기와 섬세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윤 PD는 이날 극 중 필립 역은 처음에는 없던 캐릭터라고 밝혔다. 배역을 다니엘 헤니를 위해 만들었다는 의미다. 이제 다니엘 헤니는 배역에 자신을 맞추는 연기자가 될 수 있을까? 2006년 그의 과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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