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왜곡한 죄…홀로코스트 부인 英학자에 징역 3년형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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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를 앞장서서 부인해 온 영국인 역사학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오스트리아 법원은 20일 홀로코스트를 부인한 혐의로 기소된 데이비드 어빙(68·사진) 씨에게 3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1989년 오스트리아에서 한 강연에서 “아우슈비츠에 가스실이 있었다는 얘기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해 수배를 받아온 어빙 씨는 지난해 11월 남부 슈타리아 주에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홀로코스트 부인 학자에 철퇴=어빙 씨는 이날 “1989년까지는 내 지식에 근거해 그렇게 말했지만 1991년 홀로코스트를 주도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개인 기록을 본 뒤로는 더는 그런 주장을 펴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치가 수백만 유대인을 학살한 것은 사실”이라며 “나의 시각은 분명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9년까지 저서와 강연을 통해 히틀러를 옹호하고 홀로코스트와 아우슈비츠를 ‘날조된 역사’라며 비난했다. 그는 “역사는 계속해서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자료를 접할수록 더 많이 배우게 된다”면서 “1989년 이후 많은 것을 배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중형을 선고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11개국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것을 범죄행위로 처벌하고 있다. 어빙 씨는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이들의 주장=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사람들을 비판해 온 미국인 학자 데보라 립스타트 씨가 영국 BBC를 통해 소개한 이들의 주장은 알려진 역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홀로코스트는 유대인들이 정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전쟁이 끝난 뒤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 △아우슈비츠에 대량 학살을 위한 가스실은 없었다 △학살된 것으로 알려진 수백만 유대인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 소련 등으로 피해 살아남았다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또 “히틀러는 유대인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으며 유대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했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도 가짜”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기의 종이, 잉크, 접착제 등을 검사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나 검사 결과 모두 1940년대 물건임이 입증됐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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