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슬픔의 탱고’ 아르헨으로… ‘오리엔탱고’ 고별무대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코멘트
한국인의 한의 정서를 탱고의 구슬픈 서정과 결합한 한국인 탱고 듀오 ‘오리엔탱고’ 사진 제공 스퀘어피그
한국인의 한의 정서를 탱고의 구슬픈 서정과 결합한 한국인 탱고 듀오 ‘오리엔탱고’ 사진 제공 스퀘어피그
서울을 떠나 36시간 동안 비행기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가야 하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오늘도 이 항구도시의 ‘탱고의 거리’에는 옛날 가난한 이민 노동자들의 슬픔과 애환을 담은 탱고의 선율이 흐른다.

한국인 듀오 탱고 아티스트 ‘오리엔탱고(orientango)’의 마음의 고향도 바로 그 곳이다. 200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귀국공연을 가진 후 4장의 앨범을 내고 활발한 공연을 펼쳤던 오리엔탱고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24∼26일 사흘간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라스트 탱고 인 서울’은 그들의 고별무대.

“항구도시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바닷가 특유의 ‘꿉꿉한 냄새’가 납니다. 10년간 이민 생활을 하면서 한국의 냄새가 그리웠어요. 2001년 음반 녹음을 위해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아, 이게 내가 그리워하던 바로 그 냄새구나’ 하면서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성경선)

오리엔탱고는 10대에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간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선(30)과 피아니스트 정진희(30)로 구성된 듀오. 한국인 이민자의 외로운 정서가 그들의 탱고가락에 묻어나서일까. 이들은 동양인 최초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 공식 탱고 뮤지션으로 선정될 정도로 인정받는 탱고 음악가다.

2000년 7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만자나 데 라스루체스 국립음악홀에서 펼친 데뷔 무대에서 ‘오리엔탱고’는 전설적 탱고 작곡가 아스토로 피아졸라의 부인 등 현지 탱고 뮤지션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피아졸라의 부인은 ‘10년 동안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면서 이곳의 향기와 느낌을 알아냈기 때문에 당신들의 탱고에서는 진실성이 느껴진다’고 말했어요. 마치 수년간 한국에 살아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르는 ‘아리랑’을 들으며 눈물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거죠. 탱고도 테크닉보다는 정서적 느낌이 더 중요해요.”(정진희)

이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엄마야 누나야’ ‘고향의 봄’ 같은 한국 노래를 연주하면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눈물을 훔친다고 한다. 한국의 ‘한(恨)’의 정서와 탱고가 통하는 것 같다는 게 ‘오리엔탱고’의 해석이다.

‘탱고의 전도사’를 자처해 온 두 사람은 한국에서 공연장 외에 학교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 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거리 연주회에 적극 나섰다.

“탱고는 자유를 추구하는 음악입니다. 꼭 화려한 무대와 조명 아래서만 연주하는 음악이 아니지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탱고의 거리’에서도 어떤 사람이 반도네온(아코디언과 비슷한 건반악기)을 연주하기에 제가 바이올린을 꺼내서 즉흥적으로 같이 연주한 적이 있었어요. 그날 반도네온 연주자 돈 좀 벌어 줬죠.”(성경선)

소극장에서 사흘간 펼쳐지는 이번 음악회는 클래식 탱고, 모던 밴드와 함께하는 탱고, 일렉트릭 탱고 등 ‘오리엔탱고’의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 주는 무대다. 지난해 12월 발매된 새 앨범에 수록된 창작곡 ‘슬픈 열정’,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는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정도로 다이내믹한 곡이다.

정 씨는 “탱고는 보사노바 탱고, 힙합 탱고, 코리안 탱고 등 세계 각국의 음악과 만나 무한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장르”라며 “이번에 아르헨티나로 돌아가 탱고적 감성을 재충전한 뒤에는 전 세계를 떠돌며 새로운 음악을 접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6만 원. 02-324-381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