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애인 TV입니다”… ‘복지TV’ 내달 첫 전파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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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문 케이블 방송 ‘복지TV’의 뉴스 앵커인 황준호 씨(왼쪽)와 홍선영 씨. 수화통역사인 이들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뉴스를 읽고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화와 다양한 표정으로 뉴스의 의미를 전달하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김윤종  기자
장애인 전문 케이블 방송 ‘복지TV’의 뉴스 앵커인 황준호 씨(왼쪽)와 홍선영 씨. 수화통역사인 이들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뉴스를 읽고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화와 다양한 표정으로 뉴스의 의미를 전달하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김윤종 기자
《“첫 번째 소식입니다. 제3회 전국 장애인 동계체육대회가….”

여느 뉴스 시간과는 사뭇 다르다. 앵커는 입으로 뉴스를 읽으랴, 손으로는 수화(手話)하랴 바쁘다.

“이제부터 투 숏으로 같이 갑니다. 목소리 리포팅 못지않게 수화 동작도 신경 써 주세요. 좀 더 활기차게∼.”(PD)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장애인 전문 케이블 방송 ‘복지TV’의 스튜디오. 다음 달 1일 개국을 앞두고 시험 방송을 진행 중인 작은 스튜디오는 긴장과 열기로 후끈하다.》

○그들이 뭉쳤다

복지TV 뉴스 앵커 황준호(42·수화통역사) 씨는 “음성언어와 수화언어는 체계가 달라 수화를 하면서 동시에 입으로 보도하는 게 무척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지상파 방송 화면 구석에 수화방송이 작게 나와 보기 어려워하던 장애인들에게는 훨씬 전달력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TV(24시간 방송)가 설립된 것은 지난해 6월. 장애인 전문 방송 채널이 생긴 것은 처음이다. 복지TV 사람들의 방송에 대한 애착은 장애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방송기기를 조작하고 있는 장국철(31) PD는 지난 4개월간 소아안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취재해 다큐멘터리 ‘희망의 눈동자’를 제작했다. 탈북자인 그는 정신지체 딸을 두고 있다. 장 PD는 “장애인 나아가 소외된 계층의 문제는 바로 나의 문제”라고 말했다.

스튜디오 밖에서는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2급 장애인으로서 ‘장애인 취업박람회’ 코너를 맡고 있는 MC 박마루(42·가수 겸 장애인문화운동가) 씨가 개국 준비에 바쁘다. 그는 “공중파에서 다루지 못한 장애인 성(性)문제, 장애인들을 위한 법률 상담 등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레슬러 출신의 복지TV 사장 최규옥(55·곰두리복지재단 이사장) 씨 역시 “파킨슨병으로 고생하다 세상을 떠난 여동생과의 약속이 장애인 방송 설립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복지TV의 도전과 미래

현재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되는 장애인 전문 프로그램은 KBS2 ‘사랑의 가족’, EBS ‘희망풍경’ 등 2, 3개. 복지TV는 장애인을 위한 체조, 장애인들의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 지역봉사단체 순례 등 장애인 커뮤니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복지TV 관계자들이 편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평범한 방송’이다.

최승태 제작팀장은 “장애인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내 이름은 김삼순’ ‘장밋빛 인생’ 같은 재미있다고 소문난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복지TV’는 장애인도 즐길 권리가 있다는 취지 아래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한 드라마, 오락, 다큐멘터리를 다양하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과 계약해 확보한 콘텐츠를 장애인에게 맞게 ‘재제작’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방송국 내 종합 편집실에서는 PD, 작가, 수화통역사, 성우 등 4명이 모여 △자막을 삽입하고 △말이 안 나오는 키스 장면 등에는 화면 해설을 넣고 △수화를 삽입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제작 PD들은 “재제작비만 편당 55만 원이며 보통 1시간짜리 프로그램 재제작에 3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방송위원회로부터 공익성 채널로 선정된 후 콘텐츠 제작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운영 자금은 부족한 상황이다.

최 사장은 “제작 환경은 열악하지만 450만 장애인의 정보소외 문제만큼은 꼭 해결하는 TV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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