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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 직업학교를 가다]<14>네덜란드 원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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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 직업학교를 가다]<14>네덜란드 원예학교

입력 2006-02-22 02:59수정 2009-10-0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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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 덴 보스에 설치된 그린 비즈니스 스쿨의 유리온실에서 학생들이 실습교수와 함께 국화과 식물인 거베라에 기생하는 해충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거베라 재배를 선택한 실습 소모임의 학생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중국 출신이었다.

“자, 이 거베라의 뿌리 사이에는 어떤 해충들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베르트 반 손스베크(57) 실습담당 교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학생들은 거베라 뿌리가 내린 흙 속을 부지런히 헤집기 시작했다. 거베라는 여러해살이 뿌리를 지닌 국화과 식물로 학생들이 이번 학기에 직접 선택해 재배하고 있다.

학생들의 손놀림은 시간이 흐를수록 빨라졌다. 이내 5명의 학생들은 서로 뒤질세라 자신들이 찾아낸 해충들을 교수에게 보여 주었다. 교수는 각 해충의 특징과 거베라에 미치는 유해 정도를 즉석에서 설명해 주었다.

이곳은 네덜란드 남부 도시 세르토헨보스에 위치한 하스 덴 보스 그린 비즈니스 스쿨(GBS). 하스 덴 보스 GBS는 원예와 화훼 분야를 가르치는 네덜란드의 유명 직업학교. 본관 외벽 일부가 온실처럼 유리로 이뤄져 학교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 준다. 하스(HAS)는 ‘고등농업학교’의 약자이며 덴 보스(Den Bosch)는 이 도시의 현대식 이름으로 하스 덴보스는 ‘덴 보스의 고등농업학교’란 뜻이다.

네덜란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최대의 화훼 수출국이다. 튤립과 화훼 거래, 꽃 디자인이 유명하다. 또 알스메르 꽃 경매장의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네덜란드의 꽃 관련 매출액은 25억 유로(약 2조9000억 원)가 넘는다. 그 중심에 하스 덴 보스 GBS가 자리하고 있다.

‘화훼 국가 네덜란드’의 핵심 인력을 배출하는 하스 덴 보스 GBS는 이론과 실기, 실습의 3개 요소를 한데 묶어서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과 실기 이외에 6개월간 외부 기업에서 실습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원예나 꽃에 관한 기능적 지식뿐만 아니라 현장 체험도 하게 된다.

식물이 바이러스에 얼마나 내성을 가지고 있는지 실험하는 그린 비즈니스 스쿨 학생들. 잎사귀에 바이러스를 묻혀 장기간 관찰하며 식물의 성질을 공부한다. 세르토헨보스=이 진 기자

중국 출신의 원예과 2년생인 린양양(林洋洋·21·여) 씨는 “네덜란드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에서 채소 품질 향상에 관한 실습을 하다 보니 많은 경험을 얻게 됐다”며 “졸업 후 이 회사에 취업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하스 덴 보스 GBS는 각 3년 과정의 원예과와 화훼과, 1년 과정의 국제원예과를 두고 있다. 원예과와 화훼과에서는 각각 원예와 화훼의 A에서부터 Z까지를 모두 가르친다. 교과과정에는 식물의 재배 기법과 비료 공급, 품종 개량 등 다양한 기술은 물론 경영학과 경제학 등 졸업 후 창업할 때 필요한 경영 노하우 전수도 포함된다. 한마디로 원예와 꽃 전문가로서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준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훼과 2년 과정에서는 ‘고객과 꽃다발의 모양을 먼저 결정하고 나서 가격을 계산하라’고 흥정방법(?)까지 알려 준다. 또 꽃만 아니라 꽃을 꽂아두는 화분이나 화병의 성분과 모양에 대해서도 도자기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배우게 된다.

엘서 엠브레흐츠(41·여) 국제담당 과장은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고객들은 화분과 화병에 큰 관심을 갖기 때문에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물론 화분이나 화병을 직접 제작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스 덴 보스 GBS의 실기는 캠퍼스 안에 있는 1500m²(약 459평) 크기의 유리온실에서 이뤄진다. 5개의 칸막이로 나뉜 유리온실은 4∼8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소모임이 각각 재배 작물을 선택해 파종에서부터 품종 개량, 수확의 전 과정을 직접 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유리온실은 학생들이 언제라도 드나들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돼 있다.

손스베크 교수는 “학생들은 유리온실에서 각 식물과 꽃의 특성에 따라 생장에 필요한 빛과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환기 등을 컴퓨터를 이용해 조절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원예과는 원예 및 농업 관련 산업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1년 중 10∼12월은 영국의 리틀대학에서, 다음 해 1∼4월은 하스 덴 보스 GBS에서, 나머지 5개월은 본인이 원하는 기업과 대학에서 실습을 하게 된다.

하스 덴 보스 GBS는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므로 토플 성적이 530점 이상이어야 입학 신청을 할 수 있다. 비유럽 지역 출신 학생의 학비는 연간 5000유로(약 580만 원)이며 생활비는 월 650유로(약 75만 원) 정도 들어간다.

세르토헨보스=이 진 기자 leej@donga.com


▼포펠러 학장“한국학교와 제휴 교과과정 상호인정 검토”

티외 포펠러(55·사진) 하스 덴 보스 GBS 학장은 “한국인들이 꽃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꽃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한국 학생들의 진학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하스 덴 보스 GBS의 정규 과정에 진학한 한국 학생은 없지만 1, 2주일의 단기 맞춤형 과정을 이수한 한국인은 종종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1월 말에도 몇몇 한국 사람이 ‘꽃 디자인’ 과정을 7일간 집중적으로 배우고 돌아갔다고 그는 덧붙였다.

포펠러 학장은 한국에 분교를 설치할 계획은 없지만 한국 내 좋은 학교를 물색해 제휴한 뒤 교과과정을 교차 이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스 덴 보스 GBS가 2004, 2005학년도에 네덜란드 정부의 직업학교 평가에서 상위 3위에 오른 명문 직업학교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 중 ‘화초 재배 및 꽃 디자인’ 3년 과정은 꽃에 관한 한 세계 유일의 질 높은 직업학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하스 덴 보스 GBS에 전 세계의 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별로 영어 발음과 억양 등이 서로 달라 처음에는 학생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만 6개월이면 충분히 적응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하스 덴 보스 GBS는 학생들끼리 서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7, 8명씩 소모임을 편성해 수업과 실습을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포펠러 학장은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졸업 후 세계무대에서 일하는 데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포펠러 학장은 “졸업생들은 원예와 화훼 분야에서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며 “하지만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하고자 하는 동기와 적극적인 의욕”이라고 강조했다.

세르토헨보스=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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