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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판정 권순규씨 판타지소설 ‘미르신화…’ 창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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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판정 권순규씨 판타지소설 ‘미르신화…’ 창작열

입력 2006-02-22 02:59수정 2009-09-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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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미르신화전기’를 탄생시킨 세 주역인 이현직 SBS PD, 탤런트 이종례 씨, 작가 권순규 씨(왼쪽부터). 김미옥 기자

평범한 증권사 직원이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생사의 기로에서 쓴 판타지 소설 ‘미르신화전기’(스토리텔링)가 요즘 조용한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3년 8월 가벼운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한 권순규(30) 씨는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았다. 병원에선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 씨는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5학년 이후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힘들게 대학(중앙대 경제학과)을 마치고 증권사에 들어가기까지 막노동, 보일러 수리공, 원양어선 선원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평소 생사의 문제나 신의 존재, 우주의 비밀에 관심이 있던 그는 머릿속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사실 이전엔 판타지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어요.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유일한 낙이 글 쓰는 것이기에 미친 듯이 몰두했죠.”

2004년 말, 그는 4권 분량을 집필한 뒤 SBSi의 인터넷 소설 공모에 응모했고 8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상금 1500만 원)을 탔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경형 감독은 “소설 ‘다빈치 코드’보다 훌륭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수술을 받으면 원래 계획했던 10권의 책을 다 쓸 수 없다는 생각에 수술 받기를 포기했고 상금의 대부분은 장애인협회 등에 기부했다. 글에 전념하기 위해 다니던 증권사에도 사표를 냈다.

그러나 책 출간은 쉽지 않았다. 심사위원이었던 이현직 SBS PD가 팔을 걷어붙였지만 무명작가의 책을 내겠다는 출판사는 없었다. 이 PD는 알고 지내던 탤런트 이종례 씨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다. 권 씨의 얘기에 감명받은 이 씨는 드라마 작가 송정림 씨와 출판사를 차려 책을 펴냈다.

이 씨는 “권 씨의 사정이 너무 안타까워 무모한 도전을 결심했다”며 “지난해 말 책을 내고 매일 서점을 돌아다니며 ‘제발 책을 보이는 곳에만 놓아 달라’고 간청했다”고 말했다.

간혹 한두 권씩 들어오던 책 주문은 입소문을 타면서 2월 들어 하루 평균 50권으로 늘었고 영풍문고에선 베스트셀러 서가에 자리 잡았다. 2권은 3월 중에 나온다.

권 씨는 “책을 쓴 뒤 종양이 더 커지지 않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작품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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