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8000억원’ 정부의 일방적 관리 옳지 않다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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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의 사회 헌납금 8000억 원에 대한 관리를 정부가 교통정리하고, 빈곤 세습을 막기 위해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삼성 측의 헌납 발표 이후 노 대통령에게서 나온 정부의 첫 공식 반응이어서 관심을 끈다.

우리는 이 돈을 갈라주기 식으로 소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인재 양성, 기술 개발, 저소득층 자녀 교육지원 등에 쓰는 것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용도는 본란이 제시한 방향과 일부 일치하지만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의 종자돈으로 쓰여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정부 몇 개 부처가 삼성 측에 기금을 쓸 수 있겠는지 타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사업은 예산으로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정권과 코드를 맞춘 시민단체가 숟가락을 들고 나오는 것도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부가 용도와 관리주체(主體)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정부의 의지를 대행하는 일부 시민단체가 끼어든다면 이 돈은 준조세(準租稅) 또는 비(非)자발적 헌납금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 그런 모양새는 국제적으로 나쁜 국가이미지를 확산시킬 우려도 있다.

각계 의견과 여론도 들어봐야겠지만 이 돈의 용도는 물론이고 기금을 운용할 기구를 구성하는 데 삼성의 의향이 반영돼야 옳다. 이 같은 거액을 사회에 헌납할 수 있기까지 국가경쟁력 및 국부(國富) 창출을 선도(先導)해 온 삼성은 누구보다도 이 돈의 활용에 관해 깊은 관심과 철학이 있을 것이다. 이 기금을 공돈 나누듯 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데 요긴하게 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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